[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그냥 놔둬도 잘 할겁니다."
LG 트윈스 차우찬은 올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생애 두 번째 FA 신청 자격을 얻는다. 동기부여, 소위 'FA로이드'가 작용하기 때문에 알아서 성적을 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LG 류중일 감독의 생각도 대체로 그렇다.
차우찬은 지난 12일 잠실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을 6안타 4실점으로 막고 시즌 2승째를 거뒀다.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한 개막전서 6이닝 3안타 1실점한데 이어 선발로 제 몫을 하며 순조로운 시즌 출발을 알렸다.
류 감독은 시즌 초 차우찬의 피칭에 대해 "스피드를 버린 것 같다. 직구 스피드가 140㎞대 초반인데, 삼성 시절에는 145~147㎞를 던졌다. 지금은 완급조절, 빠른 변화구와 느린 커브, 제구력 이런 걸로 던진다"며 "과거에는 직구를 찔러넣었다면 지금은 제구력과 변화구로 타자의 눈을 현혹시키는 피칭을 하니까 안타도 잘 안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 차우찬의 직구 스피드는 135~143㎞에서 형성됐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를 섞는 기술이 한층 노련해졌다는 의미다. 탈삼진 수치가 그의 피칭 스타일을 그대로 말해준다. 2경기 12이닝 동안 15개의 삼진을 잡아내 롯데 댄 스트레일리와 이 부문 공동 선두에 올랐다.
투구수에 있어서도 100개 이상을 힘있게 던진다는 점도 차우찬의 장점으로 꼽힌다. 류 감독은 "경기 초반 던질 때보다 100개 이상으로 갈 때 더 힘이 있다. 나중에 상황 봐서 많게는 110~120개까지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스피드도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우리 투수들 중 가장 잘 뛸 정도로 스태미나가 좋다. 장거리 달리기는 늘 1등이다"고 치켜세웠다.
최근 시즌 준비 과정을 비교했을 때 올해 훈련을 더 잘 소화한 점도 호투의 비결로 여겨진다. 차우찬은 팔꿈치 부상 등 피로를 제대로 풀지 못한 상태에서 시즌을 준비하느라 그 후유증이 시즌 도중 발생한 적이 많았다. 지난해에도 3~4월 4승에 평균자책점 1.50을 거둔 뒤 5월 이후 난조에 빠져 전반기 종료 시점 평균자책점이 4.92까지 치솟은 바 있다.
류 감독은 "올해 끝나고 FA가 되는 걸로 아는데, 가만히 놔둬도 잘 할 것"이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