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4번타자가 이렇게 중요하다. LG 트윈스가 로베르토 라모스를 붙박이 4번에 두고 공격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라모스가 4번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면서 류중일 감독의 타순 고민도 사라졌다. 류 감독은 그동안 입버릇처럼 "라모스가 못하면 4번을 칠 선수가 없다. 큰 타구를 날려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류 감독의 바람은 시즌 초부터 현실이 됐다. 시즌 초, 이른 시점이기는 하나 라모스에 대한 걱정은 접어도 좋을 것 같다. 건강, 선구안, 장타력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수도권 구단의 한 스카우트는 "트리플A에서 2년 연속 30홈런을 쳤고, 나이(26)도 어린데 여기에 왔다면 뭔가 (문제가)있을 것"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라모스는 시즌 초부터 "이 정도면 될까"라며 시위하듯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라모스는 지난 12일 잠실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결승 투런홈런을 뽑아내며 9대5 승리를 이끌었다. 2-2 동점이던 3회말 1사 1루서 SK 선발 닉 킹엄의 4구째 133㎞ 체인지업을 밀어 때려 좌중간 담장을 살짝 넘겼다. 수 싸움의 승리. 라모스의 선구안과 대처능력이 그대로 발휘된 타격이었다. 3구째 체인지업에 방망이를 헛돌린 라모스는 4구째 또다시 체인지업이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아들자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 방망이 중심에 맞혔다.
홈런 말고도 1회 첫 타석에서 볼넷, 4회에는 중견수 직선아웃, 6회에는 우익수 큼지막한 플라이를 날리는 등 탁월한 선구안을 바탕으로 질 높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신중하게 공을 고르면서도 이 공이다 싶으면 주저없이 배트를 내민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다.
지난 1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1,2호포를 몰아친 라모스는 2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날렸고, KBO리그 데뷔 첫 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현재 타율(0.435) 5위, 홈런 공동 2위, OPS(1.413) 5위를 마크하고 있다.
이날 경기 전 류 감독은 김현수를 2번에 넣으면서 "채은성이 3번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니까 현수가 2번을 칠 수 있다. 은성이가 안 좋으면 정근우가 2번, 은성이는 5번을 친다"고 밝혔다. 라모스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이제 4번은 라모스의 '당연직'이기 때문이다. 라모스 앞뒤 타순에 누굴 배치하느냐만 고민하면 될 뿐, '김현수 2번타자'를 이상적 타순으로 믿는 류 감독은 한층 홀가분해졌다.
LG는 2~4번을 김현수 채은성 라모스 순으로 임한 지난 2경기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셋은 2경기에서 12안타, 12타점, 8득점을 합작했다. 김현수의 연결, 채은성과 라모스의 클러치 히팅이 돋보였다. 김현수는 이날 SK전을 마치고 "내가 2번을 치니까 다른 타자들도 편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 오늘은 연결도 잘 됐다"고 했다.
LG는 지금의 라인업을 크게 흔들지 않고 시즌 내내 끌고 갈 공산이 커졌다. 이게 다 라모스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덕분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