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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더킹' 8.1%, 말맛이 사라졌다…'흥행神' 김은숙 방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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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흥행신' 김은숙 작가가 방심했나.

SBS 금토극 '더 킹: 영원의 군주'(이하 더킹)가 시작부터 하락세를 타더니 9일에는 8.1%(닐슨코리아 집계·전국 기준)까지 내려앉았다. 무엇보다 김은숙표 드라마를 기다리던 팬들에게 실망을 줬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다.

'더킹'의 하락세는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맨스가 뜬금 없이 진행된다' '과도한 PPL이 문제다'라는 말들도 많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는 '더킹'의 부진을 완전히 설명하기는 힘들다. 사실 뜬금없는 로맨스 진행이나 과도한 PPL은 김은숙표 드라마에서 늘 등장했던 특징들이다. '도깨비'의 공유와 김고은,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과 김태리, '태양의 후예' 송중기와 송혜교도 뜬금없는 상황에서 사랑에 빠졌다. 늘 완벽에 가깝지만 결핍이 있는 남자 주인공이 순수한 여자 주인공을 만나 불같은 열애를 했다.

과도한 PPL도 낯설지 않다. '태양의 후예'에서는 험난한 전장에서도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고 국산SUV로 자율주행을 하면서 키스를 하기도 했다.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장터에 '목우촌'이 등장했다. '도깨비'에서도 '태양의 후예' 속 '그' 샌드위치가 또 등장했고 김신(공유)은 회상신에서 대뜸 숙취해소제를 원샷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과도한 PPL 논란 가운데에도 전작들은 모두 '초대박'을 쳤다. 사실 김 작가는 시청자 뿐만 아니라 PPL업체에게도 사랑받는 작가다. 그만큼 PPL을 잘 살려주는 작가도 드물다. 김 작가는 거부감 없이 스토리에 PPL을 많이 녹여주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더킹'이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은 김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라고 불리는 '말맛'이 '더킹'에서는 많이 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오글거리면서도 여심을 흔드는 대사는 '김은숙표 드라마'의 최강점이다.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는 송혜교에게 "살려요.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해요. 죽여야할 상황이 생기면 죽이는 건 내가 할테니까" 라는 대사를 남겼고 김지원은 진구에게 "귀관은 상급자에게 경례도 안하고 가나"라고 말해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했지 말입니다"라는 지극히 군대스러운 말투도 김은숙표 드라마를 통해 유행어가 됐다.

'도깨비'에서도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모든 날이 행복했다"는 명대사가 탄생했고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그러니까 조선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내 옆이오" "합시다. 러브, 나랑 같이" 등의 대사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더킹'에서는 아직 기억에 남는 명대사가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평행세계'를 다루면서 초반 복잡한 스토리에 시청자들을 몰입시키지 못했던 것도 지적된다. 초반 이림(이정진)이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넘어가는 설정은 평행세계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시청자라면 다소 난해했다. 또 이곤이 성장한 모습이나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이곤 가족의 설정 등이 복잡해 몰입을 방해했다는 평이 많다.

주된 러브스토리 외에 극의 재미를 주는 신스틸러들이 부족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조영(우도환), 강신재(김경남) 등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진지하고 무거워 숨쉴틈이 없다. 그나마 웃음을 주는 장미카엘(강홍석)의 비중은 너무 적다.

2009년 방송한 드라마 '시티홀'은 김 작가 본인도 아쉬운 작품이다. 작품성은 뛰어났지만 어려운 정치이야기라 기대만큼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김 작가는 2010년 '시크릿가든'을 집필하며 판을 되돌려 놓았다. 이후에도 그는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선샤인' 등 연이어 히트작을 내놨다. 하지만 '더킹'은 '시티홀' 이후 김 작가가 또 한번 멈칫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 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