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타자 중에서 공격보다 수비를 더 중요시해서 오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아무래도 팀들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타자를 데려오기 때문이다. 내야수 중에서 종종 수비가 좋아 데려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더라도 타격이 약하면 결국 오래 있지 못하고 짐을 쌀 때가 많았다.
롯데 자이언츠의 딕슨 마차도도 그런 케이스였다. 롯데는 수비 강화를 위해 유격수인 마차도를 영입했다. 이대호 손아섭 민병헌 전준우 등이 있는 타선이 좋지만 수비가 약했던 롯데였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5경기를 치른 현재의 마차도는 '공격형' 타자가 됐다. KT 위즈, SK 와이번스와 5경기를 치러 타율 3할8푼9리(18타수 7안타)의 고타율을 자랑하면서 홈런을 3개나 쳤고, 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마차도는 외국인 선수 제도 초창기에 활약했던 틸슨 브리또를 떠올리게 한다. 브리또는 2000년 SK에서 데뷔해 2005년 한화 이글스까지 6년간 활약했던 내야수였다. 당시 미국에 있던 이만수 전 SK 감독이 수비는 잘하는 선수로 SK에 소개했고 당시 유격수가 필요했던 SK가 그를 영입했던 것.
브리또는 수비형 선수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공격에서 맹활약했다. 첫해인 2000년에 타율 3할3푼8리(137안타)를 기록하며 타격 3위에 올랐다. 15홈런과 70타점으로 당시 약체였던 SK에서 맹활약했다.
2001년에도 타율 3할2푼에 22홈런, 80타점을 기록했던 브리또는 2002년엔 삼성으로 가서 타율 2할8푼3리, 25홈런, 90타점의 맹활약으로 삼성의 첫 우승에 기여했다. 2003년까지 삼성에서 활약한 브리또는 2004년 다시 SK로 가서 뛰었고, 2005년엔 한화에서 타율 2할8푼6리, 17홈런, 43타점을 기록한 뒤 한국을 떠났다. 6년간 635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2할9푼2리, 112홈런, 391타점을 기록.
마차도는 브리또와 같은 유격수다. 수비가 좋아 데려왔지만 공격에서 의외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마차도가 중요한 상황에서 한방씩을 터뜨리며 승리로 이끈 것이 롯데 5연승의 기폭제가 됐다. 타격이 별로라던 타자가 결정적일 때 홈런을 치니 롯데 분위기는 올라갈 수밖에 없고 상대팀의 분위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물론 마차도가 계속 좋은 타격을 할지는 알 수가 없다. 경기를 치를수록 데이터는 쌓이고 마차도에 대한 공략법이 나오게 된다. 수비가 워낙 좋기 때문에 롯데에겐 꼭 필요한 선수라 타격이 떨어지더라도 퇴출될 가능성은 낮다. 시즌 초반에 보여준 클러치 능력을 가끔 보여주기만 해도 충분히 제몫을 한다고 볼 수 있다. KBO리그에 잘 적응해 상대 견제도 뚫는다면 브리또와 같은 장수 외국인 타자가 될 수도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