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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시선]'뭐가 조급해?' 초심 잊어선 안될 KT, 여전히 도전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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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지난해 약진은 신기루였던 것일까.

KT 위즈의 초반 걸음이 더디다. 개막 후 5경기서 거둔 성적은 1승4패. 역전패가 절반이 넘는 3경기다. 투수들의 몸이 덜 풀린 시즌 극초반 얻은 결과물이지만, 내용 면에서도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경기가 많았다. '5강 진입'을 목표로 출발했던 KT 이강철 감독 입장에선 적잖이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는 결과물이다.

곳곳에서 조급함이 엿보인다. 타석에선 승부 타이밍이 빠르다. 5경기 동안 KT 타자들의 타석당 투구수는 3.81개(리그 평균 3.87개)다. 5연승으로 단독 1위가 된 롯데 자이언츠(3.80개)와 큰 차이는 없지만, 뒤를 따르는 키움 히어로즈(4.04개)나 NC 다이노스(3.97개)와 비교하면 격차가 제법 있다. 수비 역시 마찬가지. 평범한 상황에서 이후 동작에 신경을 쓴 나머지 결정적 실책을 범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마운드에서도 타자와의 승부에서 다소 서두르는 경향이 종종 묻어난다.

'5할 승률'의 잔상이 작용하고 있다. 만년 하위권이었던 KT는 지난해 약진 끝에 창단 첫 5할 승률 및 최고 순위(6위)를 달성했다. NC와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펼치며 이전과 달라진 힘을 과시했다. 비록 가을야구행의 결실까지 얻진 못했지만, 선수단 내의 자신감은 크게 상승했다. 미국 스프링캠프, 국내 훈련에서 선수들 모두 스스럼 없이 '5강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만큼 자신감이 컸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이 '도전자'라는 초심을 희석시키고,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조급함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KT 내부의 분위기와 외부 시선엔 온도차가 있었다. 강력한 타선을 갖췄지만, 마운드에서의 물음표가 여전했다. 검증된 투수인 쿠에바스를 제외하면 데스파이네, 소형준, 김 민의 활약상 모두 물음표가 붙었다. 배제성은 지난해 급격히 늘어난 이닝 후유증 극복이 관건이었다. 불펜 역시 5강권으로 꼽히는 팀들에 비교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외부에선 여전히 KT를 약체, 도전자로 내다봤다.

지난해 KT가 기대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잃을 게 없다'는 도전자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내부 경쟁 결과에 따라 고르게 기회를 분배하면서도, 확실한 원칙과 방향성에 따라 팀을 꾸렸다. 이런 리더십이 선수들의 도전 정신과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 지난 시즌의 기억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처럼, KT의 초반 부침은 길게 보면 약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KT가 '5강'이라는 과실을 바라보기에 앞서 '도전자'라는 초심을 떠올릴 때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