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 첫 경주마 경매의 장이 열린다. 한국마사회는 12일 오전 10시부터 제주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경매장에서 2세 경주마 경매를 개시한다고 7일 밝혔다.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에서 주최하는 이번 경매는 본래 3월 진행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었다. 혈통등록을 마친 생산농가가 보유·생산한 2세마들을 구매할 수 있으며, 참여를 원한다면 11일 오후 6시까지 구매 신청을 해야 한다.
이번 경매에는 총 151두가 상장되었다. 최강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부터 '한센', '오피서', '컬러즈플라잉', '테이크차지인디' 등 능력이 검증된 씨수말들의 자마들이 다수 포함된다. 2014년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석권한 국산 경주마 '경부대로'의 자마도 2두 상장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생산자·구매자 모두 윈-윈하는 경매 시스템'
경주마들은 경주마 생산농가에서 생산 후 2세부터 경주마로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말들이 경주마로 활동하기 위해 경마장에 들어오는 경로는 크게 ▶경매 거래 ▶개별 거래 ▶자가·위탁생산으로 나눌 수 있다. 경매 거래는 공개된 장소에서 생산자가 말을 상장하고, 구매자는 호가 경매를 통해 낙찰 받게 되므로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또 개별 경주마의 혈통이나 능력·특징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므로 생산자와 구매자에게 모두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마사회가 시행하는 경매 경주마 우대정책도 구매자인 마주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이다. 한국마사회는 경매마 한정 대상·특별경주인 '문화일보배'와 'MJC트로피'를 지속 시행함에 더해, 올해 대상경주 '아름다운 질주'를 신설한다. 경매마 한정 일반경주 역시 지난해 5경주에서 올해 10경주로 확대할 예정이다. 경주마생산자협회는 재경매 제도 부활, 유찰 수수료 징수 등 선진 운영 시스템을 도입해 경주마 경매를 활성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될 성 부른 경주마들이 한 자리에!'
특히 이번에 시행되는 2세 경주마 경매에서는 그야말로 '떡잎'이 좋은 경주마들이 한 곳에 모였다고 볼 수 있다. 공개된 자리에서 구매 예정자들에게 선보여지기에 평균적으로 혈통·능력이 좋은 말들이 상장된다. 이는 2015년~2019년 국산 입사마들의 입사경로별 평균출전횟수 및 평균수득상금을 살펴보면 더욱 명백해진다. 총 1153두의 경매 경주마가 입사해 1만3589회를 출전했다. 평균 출전횟수는 13회이며 평균 수득상금은 약 7000만원이다. 개별거래 경주마는 평균 11회 출전, 수득상금 약 5900만원이며, 자가·위탁 생산 경주마는 평균 10회 출전해 5400여만원의 상금을 수득했다. 지속적인 경매마 우대 정책에 힘입어 그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2세에 입사한 우수 경주마들은 연말 '브리더스컵'에 출전한다. 지난해 브리더스컵에서 준우승한 경주마 '케이엔로드' 역시 경매를 통해 입사했다. 대표 국산 경매마로는 '아름다운질주'를 빠뜨릴 수 없다. 2008년 8번 출전해 6회 우승, 2회 준우승으로 무려 75%의 승률로 거두며 2008년 연도대표마와 최우수 국산마에 등극했다. 2020년부터는 그의 이름을 따 경매마 한정 대상경주를 시행할 예정이기도 하다.
▶'씨수말 '테이크차지인디'의 국내 첫 자마들을 선보이는 자리'
이번 경매에서 눈여겨 볼 점은 바로 씨수말 '테이크차지인디'의 국내 첫 자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테이크차지인디'는 한국마사회가 국내 생산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2017년 도입한 씨수말로, 북미 3대 혈통인 '에이피인디'와 우수 씨암말 '테이크차지레이디'의 자마로 화제를 모았다. '테이크차지인디'는 우수한 혈통에 기반, 현역시절 '플로리다더비(G1)' 우승 등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이후 2015년 씨수말로 데뷔해 루이지아나더비(G2), 레블스테이크스(G2) 등 주요 대상경주 우승 자마들을 배출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말 '테이크차지인디'는 판매자의 콜옵션 행사로 국내를 떠나 고향인 윈스터목장으로 돌아갔다. 콜옵션이란 씨수말 판매자가 일정 기간 내 정해진 기준에 따라, 판매한 씨수말을 재구입하는 옵션이다. '한센' 등 주요 씨수말에 붙이는 옵션이나 그것을 직접 행사하는 것은 '테이크차지인디'가 국내 최초이다. 이를 행사하는 이유는 단연 그의 씨수말로서의 능력 때문이다. 국내에서 3년 간 씨수말로 활약하고 다시 고향을 돌아갔기에 그 자마 역시 희소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경매에서 그의 자마들이 얼마의 몸값으로 혈통의 우수성을 증명할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7회의 경주마 경매에서는 총 676두가 상장되어 190두가 낙찰되었다. 최고 낙찰가액은 1억 1000만원으로, '메니피'의 자마이다. 올해는 총 9회의 경매가 예정되어 있다. 지난 4월 내륙말생산자협회에서 주관한 온라인 경매가 예상보다 우수한 실적을 거두며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었던 경주마 생산농가에 미미하나마 온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 한해 본격적인 경주마 시장의 포문을 여는 이번 경매 역시 뜨거운 관심이 예상된다. 5월 경매의 주인공은 어떤 씨수말의 자마가 가져갈 것인지 주목해보자.
한국마사회 김낙순 회장은 "이번 경매가 성황리에 개최되어 경주마 생산농가에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 며 "한국마사회는 경매마 우대정책을 더욱 강화하여 국산마 생산농가에 활력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경매는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코로나19 관련국 여행력이 있는 경우 입장을 제한할 예정이다. 또한 모든 출입자들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철저한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을 통해 안전하게 시행할 계획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