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기본도 갖추지 못한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들만 고군분투했다.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는 한 남자 승현(김동준)과 그에게 영원히 기억되고 싶은 시한부 삶의 여자 지아(김재경)의 특별하고 가슴 따뜻한 감성 멜로 영화 '간이역'(김정민 감독, 유한회사 간이역 제작).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더 파크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김동준, 김재경, 윤유선, 허정민, 진예솔, 김정민 감독이 참석했다.
'간이역'의 제작발표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의 영화 시사회 및 제작보고회가 취소, 연기되고 있는 와중에 열린 영화 행사였다. 더욱이 대부분의 영화가 개봉을 한 달여 남기고 제작보고회를 진행하고, 1~2주에 앞서 시사회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간이역'은 크랭크인도 채 남기지 않은 작품. 촬영은커녕 고사도 채 지내지 않은 영화가 제작발표회라는 유례없는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취재진의 눈길을 끌었다.
촬영에 앞서 취재진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촬영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는 취지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행사 진행은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웠다. 가장 기본이 되는 마이크는 행사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문제를 일으켰다. 행사의 진행을 맡은 배우 이상화의 마이크는 계속 끊겼고 대답을 위해 마이크를 건네받은 배우들의 마이크 역시 계속 끊겨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촬영도 진행되지 않은 만큼, 사전에 공개된 그 어떤 예고편도, '멜로 장르'라는 것 외에 알려진 정보도 없는 작품인 '간이역'. 하지만 행사 준비팀은 취재진에게 그 어떤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보도자료 한 장도 준비하지 않았다. 주요 예고편을 모두 공개하고 진행되는 일반적인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조차도 영화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공식 보도자료 준비는 기본이다. 또한 보통 시사회 전에 진행되는 행사의 경우 사전에 제공하는 보도자료도 알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 및 스토리를 바탕으로 질문이 오가는데, '간이역'은 그 어떤 자료도 준비 되지 않았기에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그와중에 그마나 힘들게 질문의 꺼낸 기자의 마이크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행사의 졸속 진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전 정보를 위한 자료도 마이크도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애서 행사의 진행자의 도를 넘은 다그침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진행자 이상화는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만큼 유머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지만 유머의 강도는 공식 행사장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과했다. 배우들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배우들에게 계속 반말을 던졌고 "입을 꽉 다물어라" "나도 마이크 때문에 짜증난다" 등의 과한 멘트도 서슴치 않았다.
그야 말로 기본도 되지 않은 행사장에서 가장 고생한 건 배우들이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려고 애썼다. 남자주인공 승현 역의 김동준은 '간이역'을 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이 대본을 받았을 때 카페에서 대본을 읽었는데, 주변에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마지막 후반부를 읽는데 눈물이 막 나기 시작하더라"라며 "한자 한자 심호흡을 하면서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이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읽자마자 많은 분들과 공감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출연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극중 승현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제가 방송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건강하고 잘 웃고 그런 모습이 많다. 그렇지만 제 안에는 다른 모습이 있었다. 승현이라는 친구는 사람이 아프다고 하루 24시간이 우울한게 아니라 순간순간을 살아간다.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아 역의 김재경은 "이 영화의 오디션 제의를 받고 대본을 읽었다. 저는 하루하루 바쁜 삶을 추구하는 삶이었다. 그런데 그렇다보면 내 맘 속 감정을 무시하고 생활 할 때가 있는데 대본을 읽고 내 감정을 소홀히 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내 감정을 다 느끼게 됐다. 바쁜 현대인들이 모두 진솔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주연을 맡게 된 그는 "오디션의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 기뻤는데 한 배에 탑승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관객분들에게 감독님이 전달하고 싶은 걸 전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극중 김재경와 모녀 호흡을 맡게 된 윤유선은 "요새 보기 드문 감성 멜로라고 생각했다. 굉장히 따뜻한 이야기다"며 '간이역'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어 "삶과 죽음에 대해 다루는 이야기인데, 죽음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하지 않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죽음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며 웃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