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동희(20)는 '인간수업'을 통해 제대로 '수업'을 받았다.
김동희는 2018년 웹드라마 '에이틴'으로 데뷔한 뒤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던 두 작품, JTBC 'SKY캐슬'과 '이태원 클라쓰'에 연이어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무서운 신예 배우. 지난달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진한새 극본, 김진민 연출)에서 주인공인 오지수를 연기한 김동희는 겉으로는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택한 인물을 표현하며 연기력의 성장을 보여줘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그동안 외면하고 싶었던 10대들의 어두운 내면과 범죄를 전면에 꺼내오며 희대의 문제작을 자처했다. 그 결과 최근 성착취 논란 등으로 문제가 됐던 'n번방 사건을 연상하게 한다는 반응과 더불어 '파격적'이라는 호평까지 받으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태다.
김동희는 7일 오전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인간수업'에 대한 궁금증에 답했다. 김동희는 "제 주변 분들이 좋게 봐주셨는데, 이 반응이 신기했는데 좋게 봤었고, 충분히 어느 정도는 만족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넷플릭스라는 매체를 통해서 오리지널 시리즈에 참여했다는 것이 의미있고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다. 작년 8월 촬영을 마치고 많은 궁금증이 있었는데,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 감독님이 너무 잘 만들어주셔서 즐기면서 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만한 작품에 출연한 데 대한 망설임도 있었을 것. 김동희는 "망설임도 물론 있었다"며 "가장 끌렸던 것은 저도 배우를 꿈꾸며 지금까지 봐왔던 시나리오나 드라마 대본을 포함해서 센세이션하게 다가왔다. 신박하게 다가왔고,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 형식에서는 이런 소재를 다루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 싶다. 그런 것에서 많이 끌렸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라는 말씀을 감독님이 하셨는데, 저도 그런 마음이 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김동희는 배우로서 유의한 점에 대해 "지수라는 캐릭터에 너무 깊게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고, 지수를 이해하려 했지만, 더이상 이해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힌 적도 많았다. 드라마를 보시면 지수에게 이입이 될 때도 있고, 벗어날 때도 있는데, 저는 지수에게 완전히 이입해서 드라마를 보면 되게 찝찝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그게 잘 전달된 것 같다. 관찰자의 시점에서 지수를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극중 내용에서도 규리(박주현)의 '포주' 발언에 발끈하는 오지수의 모습이 등장하는 바. 김동희는 "저도 고민이 많았는데, 지수를 연기할 때만큼은 이기적인 마음으로 봤던 것 같다. 오로지 나를 생각하고 내 목적만 바라보고 달려나가는 친구고, 나는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상태로 지수를 연기했다"고 했지만, 오지수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관찰자적 시점으로 봐주시는 게 좋을 것"이라며 "'얘네가 자꾸 잘못된 선택을 하네'라는 마음으로 지켜봐주시면 결말에 다다르게 된다"며 "수에게 이입을 하고 지수를 용서해서는 안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얘가 안타깝거나 불쌍해보이거나 하는 순간들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럼 찝찝해진다. '왜 옹호하고 감싸고 있지' 여러 반응이 있는데, 저는 처음 대본을 보고 느낀 것은, 이건 관찰자적 시점으로 이 친구들을 바라보는 재미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생각을 밝혔다.
'n번방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도 지배적이었다. 김동희는 "있어서는 안될 사건이 터진 것을 보고 저희도 깜짝 놀랐다. 물론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더 좋은 계기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범죄를 저지른 분들은 엄중하고 엄격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서 저는 이 작품 대본을 보고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더 많은 관심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1순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김동희는 '인간수업' 속 오지수를 연기하며 연기적으로도 성장했다는 평을 받았다. 자신에게 '이런 얼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모습을 봤다는 그는 "극을 보면서 나답지 않다는 낯선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잘해서 잘되고 지수를 내가 잘 표현했다고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제가 저를 볼 때는 부족한 모습만 보였고 아직은 조금 더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다. 잘했다는 생각보다는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크다"며 " 철저히 뭔가 제 머릿속에서 계산된 연기를 했던 게 아니라서. 그 상황에 몸을 던지고 본능적으로 나오는 것들을 감독님과 잘 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간수업'에 "몸을 내던졌다"던 김동희는 "작품을 보고 나니 '나한테도 저런 얼굴이 있구나' 싶은 장면들이 많았다. 제가 아닌 모습들, 나답지 않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 얼굴을 처음 맞이한 거 같다. 저한테는 뜻깊은데, 앞으로 여러가지 더 열어두고 자신감이 있게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하며 연기 성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전했다. 김동희는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서민희(정다빈)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 풀샷에서도 울고, 바스트에서도 울고, 열 몇 번을 에너지 100%로 펑펑 우니까 신이 끝나고는 힘이 하나도 안 나더라"며 완전히 연기에 몸을 던졌음을 증명해냈다.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기에 시즌2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도 급증하고 있다. 김동희는 "마지막 엔딩을 사실 여러가지 버전을 찍었다. 저도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는데, 과연 지수와 규리는 도망을 가서 어떻게 될지 고민을 안 해볼 수 없었다. 저도 고민을 해봤는데, 제 고민 끝에는 딱히 더 이상 풀어갈 수 있는 것이, 지수가 감당하기 힘들 거 같더라. 규리도 마찬가지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고, 책임질 수 없을 거 같았다. 사람들마다 다르니 저도 주변에 '어떻게 될 거 같냐'고 물었는데, 저도 궁금하다"며 "시즌2가 만약에 제작된다면, 저도 무조건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동희는 '인간수업' 후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