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이것이 '윌리엄스표 야구'다.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이 예고했던 '끈기 야구'가 2020시즌 첫 승의 원동력이었다. 덕분에 윌리엄스 감독은 세 경기 만에 KBO리그 데뷔승을 달성했다.
KIA는 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0시즌 KBO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3-4로 뒤진 8회 백용환의 동점 솔로포, 최형우의 역전 적시타, 프레스턴 터커의 스리런 쐐기포 등으로 5점 빅이닝을 만들어내며 8대5로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5일 개막전을 포함해 지난 2경기에서 좀처럼 터지지 않던 타선은 이날 한꺼번에 폭발했다. 고무적인 건 키움의 필승조를 무너뜨린 호쾌한 타격이었다. 특히 박찬호와 김선빈이 누상을 채우면 최형우가 해결하는 득점공식이 나왔고, 백용환과 프레스턴 터커는 홈런으로 '거포 부재' 우려를 날려버렸다.
무엇보다 윌리엄스 감독이 강조하는 철학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이날 승리는 더 값졌다. 지난해 10월 마무리 캠프부터 KIA를 지휘한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끈기와 열정을 강조했다. 공수, 투타, 주루 플레이에서 상대를 압박하고 부담을 줘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기본적으로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기는 상대를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발야구까지 동원해 점수를 만들어내는 윌리엄스식 야구가 세 경기 만에 효과를 냈다.
모든 걸 선수들에게 맡기지만은 않았다. 자신의 역할도 100% 다했다. 7회 상대 투수의 심리를 자극하는 항의를 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영준이) 투구 과정에서 투구판을 밟은 뒤 떼었다가 다시 밟으며 공을 던진다"고 항의했다. 이에 권영철 구심은 "일관적이면 괜찮다"는 답을 하자 윌리엄스 감독은 수긍하고 다시 경기에 임했다.
특히 시즌 세 번째 경기 만에 윌리엄스 감독이 마련한 선발 플랜이 성공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캠프에서 어깨에 통증을 느껴 실전에 늦게 투입된 새 외국인 투수 드류 가뇽 대신 이민우를 깜짝 3선발로 낙점, 개막 시리즈 선발등판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이날 이민우는 선발등판, 5⅔이닝 동안 5안타 3볼넷 4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1회 제구가 잡히지 않으면서 4실점으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2회부터 6회 2사까지 잡고 강판될 때까지 큰 위기없이 무실점으로 버텨냈다. 다만 경기 초반 불안함을 지워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경기가 끝난 뒤 윌리엄스 감독은 "선발 이민우가 1회에 4실점했지만 이후 안정을 찾아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칭찬했다.
144경기 중 아직 세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그러나 우승후보 키움을 상대로 힘겹게 일군 승리 속에서 '윌리엄스표 야구'를 발견했다는 점은 남은 경기를 기대케 한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