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G 트윈스가 시즌 초 선발 로테이션을 확정했다. 6인 로테이션을 파격이라고 해야할 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잘 정돈된 느낌은 아닌 듯하다.
LG 류중일 감독은 지난 6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발 6명의 이름을 모두 언급했다. 개막전과 6일 경기에 차우찬과 송은범이 나섰고, 7일 두산전에 정찬헌, 8~10일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3연전에는 타일러 윌슨, 임찬규, 케이시 켈리가 등판한다는 내용이다. 류 감독의 입에서 확정된 로테이션 순서가 나온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아마도 2주간 자가격리 여파로 페이스가 더뎠던 윌슨과 켈리의 등판 일정을 정하면서 6인 로테이션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LG처럼 시즌 초 6인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팀은 없다. 그만큼 LG 로테이션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플랜B'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윌슨, 켈리, 차우찬을 제외한 나머지 선발투수들을 확실하게 믿기 어렵다는 뜻이다.
당장 6일 열린 두산전에서 송은범은 2⅓이닝 동안 9안타를 얻어맞고 5실점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연습경기에서 일찌감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한 송은범은 3년 만에 선발로 나선 때문인지 제구와 경기운영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입단 첫 시즌인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선발로 돌아온 정찬헌도 향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또한 류 감독은 임찬규에 대해 "찬헌이 공이 찬규보다 낫다고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것은 LG 선발진이 10개팀 가운데 '최고령' 집단이라는 점이다. 20대는 10년차인 임찬규(28) 한 명 뿐이고, 나머지는 30대 초중반이다. 신예보다 베테랑을 선호하는 류 감독 스타일이 그대로 적용된 로테이션이다. 좋든 나쁘든 선발투수로는 이미 검증이 끝난 투수들이다.
류 감독은 이들 토종 베테랑 투수들이 로테이션을 지키지 못한다면 젊은 투수들을 중용할 계획이다. 김윤식 이민호 이상규 등이 후보군이다. 류 감독은 "그만큼 우리가 선발 자원이 없다고 봐야 한다. 민호와 윤식이도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한 6인 로테이션 유지 기간을 못박지 않은 것도 이러한 '불확실성'과 관련이 있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5인 로테이션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들 셋 중 한 명은 제외될 가능성도 높다.
KBO리그에서 6인 로테이션은 시즌 중반 이후 선발투수들의 체력을 세이브해주기 일시적으로 쓰는 방식이다. 1주일 한 번 등판이 주는 체력적, 시간적 여유를 갖자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올스타 브레이크가 사라지고,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도 편성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감독들이 6인 로테이션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 LG의 6인 로테이션은 이와 별 상관이 없다. 4,5선발 정리 차원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래도 류 감독이 페넌트레이스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1~3선발을 믿기 때문이다. 윌슨, 켈리, 차우찬으로 이어지는 LG의 로테이션 앞쪽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수준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