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이번엔 이런 식으로 가봅시다."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롯데 자이언츠-KT 위즈의 시즌 개막전. 응원단상엔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대형 스크린과 무대가 설치됐다. 경기 시작 3시30분 전 홈팀 KT 선수단이 몸을 풀기 위해 하나 둘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KT 김주일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이 '특설 무대'에 올랐다. 스크린에는 인터넷 방송에서 흔히 봤던 화면과 응원단상이 겹쳐졌다. 흥겨운 리듬에 맞춰 치어리더들이 준비한 응원전을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시대. 돌파구를 찾기 위한 KT 구단과 응원단이 만든 아이디어였다. 개막이 차일피일 미뤄진 가운데 새로운 응원을 고민했다. 관중 함성이 사라진 경기장에 어떻게든 활기를 불어넣고 싶다는 구단과 응원단의 지혜가 '랜선 응원전'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IT기업인 모기업의 베이스, 평소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을 활용한 소통에 적극적이었던 KT 응원단의 노력 속에 준비는 척척.
김 단장은 경기를 앞두고 최종 점검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녔다. 무선마이크를 걸고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KBO 10개 구단 중 가장 활기찬 응원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 단장은 "평소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 방송 등에 익숙하기 때문에 화면을 보며 응원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응원은 팬과의 쌍방 소통이다. 보통은 팬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현장에서 바로 듣는데, 그런 반응을 즉각 확인하지 못한다는 점이 어렵다"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팬들의 함성이 없어 흥이 나지 않을 수 있다. 새로 준비한 응원에 대한 팬 반응을 살피고 수정 작업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오로지 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힘겨움은 있었지만 '개막' 설렘은 즐겁기만 하다. 김 단장은 "개막전에 서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며 "(코로나 사태로) 쉬는 기간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응원단이 이 자리에 서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IT기술을 갖춘 모기업이 있기에 이런 응원전도 펼칠 수 있는 것 아닌가.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 단장은 "그동안 응원을 연구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나 성찰하는 계기도 됐다"며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팬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응원을 펼치고 싶다"고 다짐했다.
또 "우리 팬들에게 늘 드리는 말씀인 '안된다, 못한다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라는 생각으로 임하겠다. 팬 여러분도 많은 노력 속에 코로나 사태를 이겨왔다. 아직 모든 사태가 끝난 게 아닌 만큼 안심하긴 이르다. 모두가 건강하게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나 힘차게 응원을 펼칠 날을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