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지난 1일 두산 베어스와의 연습경기 최종전을 앞두고 "내 계약 연장을 떠나 늘 그랬듯 LG, 롯데, KIA가 잘해야 한다. 내 계약보다는 늘 이 팀 LG가 5강에 들어가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자신이 지휘하는 팀을 제3자의 입장으로 'LG', '이 팀'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선수 시절 한 번도 몸담은 적이 없기 때문도 아니고, 언젠가는 고향 대구로 돌아가겠다는 걸 의미하지도 않는다. LG의 현실, 나아가야 할 방향, 우승 프로젝트 등 나름의 소신을 객관적 시각으로 강조한 것이라고 본다.
류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 시절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승부사'다. 이 때문에 LG는 류 감독 인생에서 또 다른 도전이자 시험대로 보는 이들이 많다. 본인 말대로 늘 포스트시즌을 장담할 수 있는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3년 계약 첫 시즌인 2018년 준비되지 않은 팀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나 LG는 지난 시즌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시즌 끝까지 안정적인 레이스를 벌이며 3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1년 만에 11승을 늘린 류 감독의 능력 덕분이라는 평이 많았다. 차명석 단장도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류 감독의 공으로 돌렸다.
류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선수단 미팅에서 '작년에 가능성을 보였지만, 여러분이 잘해야 한다. 5강 밑으로 떨어지면 올라오기 힘들다. 올해 잘해야 조만간 LG가 우승한다'고 주입시켰다. 작년에 잘했던 고우석 정우영, 이런 친구들이 잘해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도 했다. 전력 측면에서 지난해보다 낫다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시즌 개막에 맞춘 LG의 전력은 온전치 못하다. 창단 30주년을 맞아 한 단계 올라서기로 야심찬 목표를 세운 게 엊그제인데, 포지션 곳곳에서 불안감이 느껴진다. 우선 외국인 1,2선발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가 두산과의 개막 3연전에 나서지 못하는 건 초반 레이스에서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LG는 개막 첫 12경기를 두산, NC 다이노스, SK 와이번스, 키움 히어로즈와 치른다. 지난해 모두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들이다. 올해도 전력이 LG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은 팀들이다. 이 가운데 최강인 두산을 상대로 원투 펀치를 가동하지 못해 참담한 결과라도 나온다면 그 충격파는 길게 이어질 공산이 크다.
새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는 여전히 물음표가 많다. 윌슨, 켈리처럼 자가격리를 소화하고 뒤늦게 팀에 합류해 타격감이 동료들보다 뒤처져 있다. 연습경기 막판 장타를 날리기는 했지만, 시즌 개막 후에도 타격감을 찾는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 심판 성향, 스트라이크존, 상대 투수들 특성 등 적응해야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2년간 외국인 타자 덕을 전혀 보지 못한 류 감독은 "라모스가 훈련이 부족하다. 게임을 하면서 컨디션을 찾아야 한다. 호쾌한 스윙으로 큰 타구 날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형종의 부상 이탈도 뼈아프다. 이날 두산과의 연습경기에서 이용찬이 던진 공에 손등을 맞아 골절상을 입었다. LG는 재활에만 4~5주가 예상된다고 했는데, 경기감각 회복 기간을 포함하면 두 달 가까이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형종을 포함한 4명의 외야진과 2명의 지명타자를 놓고 전력을 극대화하려던 류 감독의 계획이 어긋나게 생겼다. 여기에 류 감독이 언급한대로 지난해 필승조의 핵심으로 우뚝 선 정우영과 고우영의 풀타임 2년차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류 감독은 정형화된 타순과 마운드 분업을 선호한다. LG는 이 부분에서 약점이 많은 팀이었다. 지난 2년간 주전과 백업 체계를 확립했다고 보면, 올해는 어떻게든 결과를 내야 한다. 일단 류 감독이 선 스타트 라인은 고르지 않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