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지난해 최원준은 프로 데뷔 4년 만에 처음으로 억대 연봉을 찍었다. 서울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타격 재능이 뛰어났던 최원준(23·KIA 타이거즈)의 잠재력이 2019시즌 폭발할 것 같은 기대감까지 더해져 책정된 연봉이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타격폼을 수정했는데 잘못 이해하는 바람에 좋았던 타격폼으로 돌아가는데 고생했다. 악순환이었다. 타격 부진은 수비 불안으로 연결됐고, 또 다시 생각이 많아진 탓에 타석에서도 방망이를 날카롭게 휘두르지 못했다. 특히 지난 시즌 반발력이 저하된 공인구 영향도 피하지 못했다. 더 세게 쳐야 한다는 부담 탓에 타격 부진을 겪은 다른 타자들처럼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그래서 구단에선 최원준에게 빠른 병역 해결을 바랐다. 군대를 다녀오면 선수가 좀 더 절실해지고 책임감을 가지기 마련이다. 최원준이 분명 능력이 있기 때문에 병역을 빨리 해결하고 2년 뒤를 바라보겠다는 것이 구단의 전략이었다. 특히 스프링캠프 전에는 이창진에다 김호령이라는 출중한 중견수 자원이 팀 합류를 노리고 있던 터라 외야 자원으로 분류되던 최원준에게 군입대가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원준은 군입대를 미뤘다. 개인사정도 있었지만, 2020시즌 주전 경쟁에서 이겨 당당한 주전으로 '타격 잘하는 선수'로 거듭나고 싶었다.
억대 연봉의 환희는 한 시즌 만에 사라졌다. 최원준은 2020시즌을 앞두고 연봉 7000만으로 깎였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타석에 섰을 때 잡생각을 버렸다. 그리고 정석보다는 자신의 감을 믿고 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씩 부활하기 시작했다.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때는 12경기에 출전, 타율 3할5푼7리(28타수 10안타)를 기록하더니 자체 연습경기에서도 3할대 타율(0.333)을 유지했다. 이후 KBO 팀간 연습경기에 6차례 모두 출전, 타율 4할3푼8리(16타수 7안타)로 주전 라인업 선수들 중 외인 프레스턴 터커(0.385)를 제치고 타율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최원준의 타순은 고정이 아니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최원준과 박찬호를 리드오프에 두고 상대 투수에 따른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할 전망이다. 우완투수가 선발등판할 경우 왼손 타자인 최원준이 리드오프로 나선다. 좌완투수 선발등판 시에는 오른손 타자 박찬호가 1번을 맡고 최원준은 9번에서 불꽃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된다.
우선 최원준의 1차 목표는 달성한 듯하다. 허리 디스크로 미국 캠프에서 낙마한 이창진이 돌아오기 전까지 김호령과의 주전 경쟁에서 앞선 모습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최원준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김호령이 호시탐탐 주전 중견수 자리를 노리고 있고, 부상에서 사실상 회복한 이창진이 합류하게 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고 주전 자리를 빼앗기지 않게 된다면 최원준의 군입대 연기는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그 기준은 방망이에 달려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