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가 조금씩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국내 신작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2월 말부터 개봉을 전면 연기하면서 극장가가 약 두 달 만에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코로나19로 고사 위기에 놓인 극장가를 살릴 첫 번째 구원투수는 오는 29일 극장 개봉하는, 한국 영화 101년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봉준호 감독의 걸작 '기생충: 흑백판'(바른손이앤에이 제작)이다. 한국 영화 최초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각본상,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감독상·국제영화상·각본상 수상한 '기생충'은 지난해 5월 국내에 개봉해 무려 1028만명의 관객을 동원한바 있다. 이번 '기생충: 흑백판'은 지난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기존의 '기생충' 개봉 버전에서 봉준호 감독과 홍준표 촬영감독이 직접 흑백으로 리마스터링해 다시 관객에게 선보이는 이른바 재개봉작이다.
흑백의 아름다움과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더욱 상징적으로 담은 '기생충: 흑백판'은 이미 지난 2월 폐막한 제49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돼 해외 관객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국내에서도 곧바로 2월 개봉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을 한차례 연기해야만 했다. 이미 해외에서 공개되기도 했고 오는 5월부터는 IPTV와 VOD 서비스 계약이 체결된 상태라 더는 국내 극장 개봉을 미룰 수 없어 코로나19로 개봉을 미룬 국내 영화들 중 가장 먼저 개봉 스타트 라인에 서게 됐다.
'기생충: 흑백판'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속 숨통을 틀 극장가는 본격적으로 개봉을 연기했던 신작들을 다시 배치해 활기를 되찾을 계획이다. 오는 30일 부처님 오신 날부터 5월 5일 어린이날 연휴까지 최대 6일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 '기생충: 흑백판'으로 관객의 발길을 다시 끌어 모은뒤 5월에는 배우 송지효, 김무열 주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침입자'(손원평 감독,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작)가 조심스레 출사표를 던져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전망이다.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가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무엇보다 '침입자'는 세밀한 감정 묘사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스토리로 대중들에게 사랑 받은 소설 '아몬드'의 작가이자 손학규 전 국회의원의 딸 손원평의 첫 영화 연출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렇듯 기대 속 지난달 12일 개봉 예정이었던 '침입자'는 개봉을 앞두고 제작보고회는 물론 배우들의 예능 출연을 통해 홍보를 이어갔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홍보를 전면 중단, 개봉 역시 무기한 연기해야만 했다. '침입자' 제작진은 여러 논의 끝에 조심스레 5월 개봉을 확정하고 다시금 관객을 만날 준비에 돌입했다.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만큼 시사회에서 좌석간 거리두기 및 취재진의 마스크 착용 등 여러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고 또 이후의 홍보 활동 역시 최소로 줄이면서 최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침입자'보다 한 주 앞선 3월 5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을 연기한 배우 신혜선, 배종옥 주연 추적 영화 '결백'(박상현 감독, 영화사 이디오플랜 제작) 또한 5월 중 개봉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침입자' '결백'에 뒤이어 배우 이제훈, 조우진, 임원희 주연 범죄 영화 '도굴'(박정배 감독, 싸이런픽쳐스 제작)도 6월 라인업으로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도굴'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이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국내 4대 대형 투자·배급사 중 하나인 CJ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첫 번째로 선보이는 신작이다.
앞서 CJ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상반기 '기생충: 흑백판'을 비롯해 배우 성동일, 하지원 주연 휴먼 영화 '담보'(강대규 감독, JK필름 제작), 배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주연 범죄 액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 제작), 그리고 '도굴' 등의 순서의 라인업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개봉 라인업이 보류됐다. 결국 CJ엔터테인먼트는 고민 끝에 '도굴'을 올해 첫 타자로 선택, 5월부터 본격적인 홍보 마케팅을 펼치며 6월 개봉을 준비할 예정이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