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잘생긴 외모에 선한 미소를 띠고 있지만, 가슴 속은 독기로 가득하다. 지난해 가시밭길을 걸었던 임상협(32·수원 삼성)은 잊힘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다.
임상협은 "2018년 수원에 입단해 지금까지 수원 팬분들에게 좋은 기억을 많이 못 심어드린 것 같다. 올해는 다를 것이다. 부상도 거의 다 나았고, 이적 후 처음으로 동계훈련도 제대로 소화했다. 후배들이 '20대 몸' 같다고 한다. 내가 봐도 좋았던 시절의 컨디션이 나오는 것 같다. 부산 아이파크 시절 수원을 상대로 많은 골을 넣었는데, 이젠 수원 유니폼을 입고 빅버드에서 많은 골을 넣고 싶다. 올해 기대해 달라"라고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부활'.
사실 임상협의 커리어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2009년 전북 현대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해 부산 아이파크, 상주 상무 등에서 12년간 활약하면서 위기라고 할 만한 상황이 딱히 없었다. 그의 말마따나 매시즌 30경기를 뛰었다. 290경기 63골 21도움이라는 기록이 그의 경력을 말해준다. 2020시즌 개막을 앞둔 현재, 임상협보다 K리그 출전경기가 더 많은 선수는 79명, 득점 상위 랭커는 34명이다.
그런 임상협에게 2019년은 시련 그 자체였다. 스스로 "가장 힘든 한 해"로 꼽을 정도다. 스포츠 탈장 부상으로 3개월 가까이 쉬었다. 새로 부임한 수원 이임생 감독 체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여름에 제주 유나이티드로 임대를 떠났다. 시즌 도중 팀을 바꾼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제주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수원에서 리그 2경기, 제주에서 4경기, 총 6경기 출전에 그쳤다. 단일시즌 최소 출전 경기였다. 1년을 통틀어 슈팅수는 3개에 불과했다.
임상협은 22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스포츠 탈장 여파로 슈팅을 제대로 하지 못하겠더라. 몸상태가 올라오질 않았다. 제주에 가서도 경기에 많이 못 나섰다"며 "돌아보면, 축구적으론 실패했을지 모르지만, 인간적으론 성숙해진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이렇게 무너지면 안 된다. 이번 동계 때는 더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씁쓸하게 돌아온 수원에 '임상협의 자리'는 없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구단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제대해 FA컵 우승에 일조한 김민우와 사실상의 '종신 계약'을 했다. 주장 염기훈이 건재하고, 이적설이 나돌았던 득점왕 타가트도 잔류로 가닥이 잡혔다. 여러모로 임상협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임상협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힘든 시기에 부산 시절 영상을 찾아봤다. 임상협 득점 하이라이트를 보며 잠이 들기 일쑤였다. 대표팀에 뽑혔던 13년도, 베스트일레븐으로 뽑힌 14년도, 최다골을 넣은 15년도(12골) 때를 돌아보면 마음 편하게 플레이를 했던 것 같다. 내가 부산에서 30번째로 통산 60호골을 넣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영상을 보면서 앞으로 더 많은 득점을 올리고 싶은 마음, 다시 그때처럼 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솟아올랐다"고 했다.
부상을 떨쳐낸 몸, K리그에 이미 정평 난 스피드에 '간절함'을 더한 임상협은 아랍에미리트(UAE) 전지훈련지에서 돋보이기 시작해 세 차례 진행된 자체 청백전 활약을 통해 팬들의 인정을 받았다.
'좋은 몸상태가 선발출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경험을 토대로 잘 알고 있다는 임상협은 "팀의 상황에 따라 한번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까지 지금 컨디션을 유지해서 그 기회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배들이 '20대 몸' 같다고 얘기한다. 나 자신도 스피드가 다시 붙은 게 느껴진다. 경기에 나선다면, 누구를 만나든 뚫어낼 수 있다"고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