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아직 연습경기일 뿐. 하지만 초보 사령탑에게는 신경쓰이는 '비공식' 데뷔전이다.
키움 히어로즈 손 혁 감독에게 21일 SK 와이번스와의 연습경기는 앞으로 잊을 수 없는 경기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코치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후 처음으로 비공식 데뷔에 나섰기 때문이다. 진짜 데뷔전은 5월 5일 개막전이 되겠지만, 개막을 2주 앞둔 최종 평가전에서 그것도 지난해 몸 담았던 SK를 상대로 맞붙었다는 의미가 있었다.
손 혁 감독은 첫 경기를 돌아보며 "이닝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투수코치 할 때는 투수에만 집중하니까 공격할때는 편하게 있었는데, 이제는 양쪽을 다 보니까 할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다"면서 "이왕 이겼으면 좋았을텐데 져서 아쉽다. 염경엽 감독님(SK)이 세게 나오시더라"고 농담을 던지며 웃었다. 이날 키움은 SK에 3대6으로 패했다.
감독이 됐다는 실감을 비로소 느꼈다. 손 혁 감독은 "지고 나니까 체감이 확 들더라. 확실히 잠도 더 늦게 드는 것 같고, 일찍 일어나지는 것 같다. 생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감독이라는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진 만큼 지난해 가을부터 야심차게 첫 시즌을 준비했다. 이전에도 코치로 여러 시즌 지도했던 팀이기때문에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작부터 개막 지연이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또 SK전에 이어 22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전에서도 0대5로 진 것이 내심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연습경기라고는 해도 매 경기 결과가 출발선에 선 사령탑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재영, 김태훈(개명전 김동준)과 함께 롱릴리프와 대체 선발을 준비 중인 '비장의 무기' 윤정현도 두산 공략에 나섰지만, 예상보다 장점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2이닝 3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키 플레이어' 중 한명인 외국인 타자 테일러 모터도 아직 감을 찾은 모습은 아니다. 손 혁 감독은 "본인이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상대 투수들을 정리하고 열심히 한다. 빨리 투수들에게 적응하고,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해야 한다. 잘 치면 금방 적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본격적인 개막까지 2주일 남짓. 남은 시간까지 손 혁 감독은 외야 포지션 정리와 마무리를 제외한 필승조 정립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비공식' 첫승도 함께 기다리고 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