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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故설리·구하라 이용" vs 위근우 "논리적 비약" 악플러 설전(전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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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김희철과 위근우 기자가 故설리와 구하라를 죽음으로 몰고 간 악플러들을 '젠더 갈등'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뜨거운 장외 설전을 벌이고 있다.

먼저 김희철은 지난 20일 방송된 JTBC 예능 '77억의 사랑'에서 '연예인들을 죽음으로 몬 대한민국 악플의 실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설리, 구하라를 떠나보내고 느낀 분노에 대해 털어놨다.

김희철은 "두 친구와 친했다. 그런 일들을 겪고 가장 화가 났던 건 요즘은 성별을 가려서 싸우지 않냐. 남자는 성희롱으로 그 친구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고 여자들은 '여자 망신'이라며 또 한 번 모욕적인 말을 한다"며 "그 친구들이 떠나니까 이제 또 탓할 거리를 찾아 다니더라. 서로 먹이를 물어 뜯으러 다니고, 그렇게 악플을 남겼던 사람들이 너무 슬퍼서 추모를 하겠다고 하더라"라고 분개했다.

하지만 김희철의 해당 발언을 두고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성 악플러, 여성 악플러 둘 다 잘못한 것은 맞지만, 그 근거로부터 '성별 간 갈등'에서도 남녀 둘 다 잘못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낸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그의 말이 이젠 없는 고인의 진심을 대변하는 게 되어선 안 되며, 그럴수록 비판적 독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녀 악플이 동일하게 가해졌다 가정해도 실제로 기사나 연예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고인에 대한 오피셜한 공격으로 가시화된 건 결국 남성중심적 담론"이라며 "악플러는 모든 성별에 존재했지만 반대로 설리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해준 이들 대부분은 여성 페미니스트들"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위근우의 글을 접한 김희철은 "아저씨. 악플러나 범죄자가 '남자냐 여자냐' 이게 중요함? 성별을 떠나 범죄 저지르면 그냥 범죄자지"라며 댓글을 남겼다.

이어 김희철은 "나도 그들과 친했던 동료들은 아직도 먹먹하고 속상해서 두 친구 이름을 함부로 못 꺼내고 조심히 언급을 하는데. 아저씨는 뭔데 고인 이용해 이딴 글을 싸는 거죠?"라며 분노했고, "이슈 만들까봐 그냥 읽고 넘어가려 했는데. 본인 인기 얻고 유명세 올리고 싶어서 X나 빨아재끼네 진짜"라고 노골적으로 분노의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싸우는데 고인을 무기로 쓰지 마시죠. X같으니까"라고 꼬집은 김희철은 그날 밤 자신의 온라인 갤러리에 직접 장문의 글을 남기며 "이번만큼은 참아서 안된다고 생각해 답글을 달았다. 그냥 참고 무시하면 편하겠지만 저런 식으로 고인을 지들 입맛에 맞춰 스토리를 만들어 씨부리는 건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년 두 친구들을 떠나보내면서부터 연예인에 큰 미련도 없어졌습니다. 평생 연예인을 하고 싶었던 제가 회사에 '몇 달이든 몇 년이든 쉬고 싶네요' 란 얘기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여기저기 상담도 많이 했었다"며 현재의 심경을 솔직하게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저에 대한 악플을 하실 분들은 어떤 곳이든 편한 곳에 남겨달라"며 "개인적으로 변호사님 통해 선처없이 처벌하겠다"고 강력 대응을 강조했다.

▶이하 김희철 디씨 갤러리 글 전문

이미 보신 팬분들도 있겠지만 또 한번 폭풍이 휘몰아칠 수도 있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제 인스타그램이나 이 곳엔 똥들이 몰려와 배설을 할거구요

어제 <77억의 사랑>에서 악플에 대해 다뤘었죠. 그로 인해 어떤 사람이 본인 SNS에 이런저런 말을 남겼고 저는 그 글을 읽으며 어이가 없었고, 이번만큼은 참아선 안된다고 생각해 답글을 달았습니다.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노래 여혐논란? 입니다. 제 오래된 팬분들, 타가수 팬분들은 여성시대 까페에서 저 뿐만이 아닌 다른 분들까지 얼마나 거지같은 루머들을 만들어냈는지 잘 아실겁니다. 그래서 노래에 '내가 여자혐오, 남자혐오 사이를 왔다갔다 한댄다' 뉘앙스로 가사를 쓴건데 거기에 발끈한 여시들이 저를 여혐으로 몰고갔죠

그리고 어제 두 친구들에 대해 악플러 성별 불문하고 욕을 해대더니 세상을 떠난 후 "여자가 죽였네, 남자가 죽였네" 서로 탓 하는걸 얘기했었습니다. 근데 여기에 기자란 작자가 고인을 무기 삼아 자신의 생각을 왈가왈부하는게 역겨웠죠. 살아 생전 고인이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알지도 못하고, 한번 들어본적도 없는 사람일텐데 말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그동안 김희철이란 연예인을 좋아한단 이유로 온갖 악플러들과 싸우고, 있지도 않은 루머들에 일일이 대응해야했던 제 팬들에게 또 미안해서입니다

사실 어찌보면 '나만 가만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일겁니다. 나만 가만 있으면 팬들은 괜히 또 쓰레기들과 싸우거나 대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냥 참고 무시하면 편하겠지만, 저런 식으로 고인을 지들 입맛에 맞춰 스토리를 만들어 씨부리는 건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두 친구들을 떠나보내면서부터 연예인에 큰 미련도 없어졌습니다. 평생 연예인을 하고 싶었던 제가 회사에 "몇 달이든 몇 년이든 쉬고 싶네요.." 란 얘기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여기저기 상담도 많이 했었구요..그리곤 뭐.. 연예인 하면 하는거고, 아님 그만 두는거고.. 이렇게 됐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단 하나, 저를 좋아하는 팬분들에게 늘 고맙고 미안하기에 여러 곳 중 일단 편하게 많이 볼 수 있는 이 곳에 글을 남깁니다. 어디에 퍼지든 상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에 대한 악플(특히 여성시대)을 보시는 분들은 이 갤러리나 여러분들이 편한 어떠한 곳이든 남겨주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변호사님 통해 선처없이 처벌하니까요

▶이하 위근우 인스타그램글 전문.

사적으로 친했던 두 동료를 잃은 김희철 씨의 분노를 내가 감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 '젠더갈등'(따옴표를 쓰는 이유는 내가 젠더갈등, 성별 간 갈등이란 개념에 동의하지 않아서다)의 혼파망 속에서 나온 혐오발언들로 두 동료가 힘들어 했다고 느껴진다면 페미니즘의 당위 문제는 부차적으로 느껴질수도 있을 테고.

하지만 고 설리 씨에게 남성 악플러뿐 아니라 여성 악플러도 있었고, 그 중 태세 전환이 있던 이들이 있던 게 어느 정도 사실이라 해도 이걸 '성별간 갈등' 문제로 치환해 둘 다 잘못이라 말하는 건 엇나간 판단이라는 생각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남성 악플러 여성 악플러 둘 다 잘못한 것은 맞지만, 그 근거로부터 '성별 간 갈등'에서도 남녀 둘 다 잘못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낸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이러한 논리가 정당화되려면 고인에 대한 여성 악플이 이런 '젠더갈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내적 연관이 제시되어야 한다. 가령 설리의 노브라에 대해 비난하고 그에게 성희롱을 하던 남성들의 악플은 기본적으로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 않는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혐오적 세계관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런데 고인에 대한 여성 악플 역시 '남성혐오'(역시 따옴표를 쓰는 건 편의적으로 쓰지만 동의하지 않는 개념이라서다)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걸까. 이 부분의 논리적 고리가 약하다.

또한 이런 내적 정합성의 문제와 별개로, 고 설리 씨가 겪어야 했던 경험적 맥락을 따져도(심지어 그것을 김희철 씨가 나보다 더 잘 알지라도) 저 판단은 잘못된 것 같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남녀 악플이 동일하게 가해졌다 가정해도 실제로 기사나 연예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고인에 대한 오피셜한 공격으로 가시화된 건 결국 남성중심적 담론이었다. 즉 고인을 직접적 혹은 우회적으로 비난한 연예기사들은 다분히 남성(혹은 남초) 중심적 관점으로 고인의 노브라에 대해, 고인의 '시선강간'이라는 워딩에 대해 시비했다. 가령 '누가 설리에게 시선강간이란 말을 알려줬는가' 따위의 쓰레기 같은 기사들이 그러하다.

둘째, 고인이 본인의 삶 안에서 지키려 한 태도 자체가 다분히 여성의 자기결정권(노브라)과 자매애(생리대 지원)였다. 김희철 씨는 고인을 '젠더갈등'의 피해자로 보지만 정작 고인이야말로 '젠더갈등'에서 여성 진영의 중요한 플레이어이자 파이터였다. 그렇게 여성 연예인에 가해지는 여성혐오에 대해 목소리를 내서 저항한 고인이 과연 '성별 간 갈등'이라는 프레임에 동의할지 나는 잘 모르겠다. 물론 개인적 친분과 함께한 시간이야 김희철 씨가 훨씬 많겠지만.

셋째, 악플러는 모든 성별에 존재했지만 반대로 설리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해준 이들 대부분은 여성 페미니스트들이었다. 앞서 인용한 쓰레기 같은 기사들에 대해 반박하고 고인을 옹호한 기사나 칼럼들은 내가 재직했던 '아이즈'의 기사를 비롯해 다분히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작성됐다. 이런 반박 기사조차 김희철 씨가 '젠더갈등'적인 기사들로 싸잡아 비난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위의 이유들로 고인에게 가해진 무차별한 악플을 근거로 김희철 씨가 평소 믿던(노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가사에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젠더갈등' 담론을 정당화하는 건 그리 세밀한 분석이라 보지 않는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친했던 동료를 잃었던 그의 울분을 감히 가늠할 수 없고 그 울분을 폄하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의 말이 이젠 없는 고인의 진심을 대변하는 게 되어선 안 되며, 그럴수록 이런 비판적 독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덧. 고인의 진심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김동완 씨가 지적했던 <악플의 밤>의 문제에 동의하며 그렇게 고인을 악플에 '직접 맞서도록' 방송에서 밀어붙이는 게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김희철 씨 말대로 고인이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행복하다고 했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이젠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고인을 대신해 <악플의 밤>에 대한 알리바이를 다름아닌 JTBC 예능에서 이야기하는 건 그리 윤리적이지 못한 편집이라고 생각한다.

덧의 덧. 얼마 전 허지웅 씨가 '젠더갈등'이란 워딩에 대해 '젠더갈등'이라는 중립적이고 건조한 현실이 있고 그 이면에 여성차별이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는데, 원론적으론 이해하지만 위에서 보듯 거의 대부분의 경험적 맥락에서 '젠더갈등'이란 개념은 그 개념의 사용을 통해 여성차별이라는 이면의 진실을 가리는데 사용된다.

ly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