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고보결(31)에게 '하이바이, 마마!'는 고민을 안겨준 작품이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삶'과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모르고 살았던 소중함들도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여기에 주연으로서 발돋움한 작품이라는 의미도 더해졌다. 그동안 다수 작품에서 조연급 연기자로 활약했던 그가 극 전면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이 시기를 고보결은 어떻게 이겨냈을까.
고보결은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권혜주 극본, 유제원 연출)의 오민정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공감도 미움도 함께 받았다. '하이바이, 마마!'는 사고로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된 차유리(김태희)가 사별의 아픔을 딛고 새 인생을 시작한 남편 조강화(이규형)와 딸(서우진)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고스트 엄마의 49일 리얼 환생 스토리. 고보결이 연기한 오민정은 최종회에서 딸의 진짜 엄마이자 조강화의 아내가 되며 이야기의 한축을 담당했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보결은 "힘든 시기 속에서도 함께 열심히 일해주신 스태프 분들과 저희 감독님 작가님 선배님들 그리고 동료 배우들께 감사드리고 하이바이마마를 끝까지 시청해주시고 사랑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힘이 되었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는 말로 종영 소감을 전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제작진이 세심하게 신경을 써준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독 우여곡절이 많았던 현장이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때 의심자가 발생하며 촬영이 이틀간 중단하기도 했고, 전은숙 역을 연기했던 김미경이 촬영 중반 맹장염으로 수술까지 받으며 힘든 시간을 이어갔다. 고보결은 이때를 떠올리며 "여러 제작 환경이나 많은 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촬영장이었다. 그런데 무리하지 않고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촬영했고, 그래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전했다.
고보결은 최종회까지 '차유리가 아닌, 오민정의 성장스토리'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극 전면에서 활약했다. 그는 손사레를 치며 "이야기의 흐름은 차유리라고 생각했다. 유리가 당연히 주인공이고 유리가 49일을 살아가며 어떤 것을 느끼고 어떤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가 비춰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저는 '유리는 참 천사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도 고보결은 알고 있었다. 그는 "최종회 대본이 나왔을 때 결말을 알게 됐었다"며 "개인적으로 결말을 보고, 어떤 선택이든지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캐릭터가 각각 다 안타까웠고 심경들이 이해가 됐다. 저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보다는 이 작품은 16개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적인 메시지나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고보결이 생각한 '하이바이, 마마!'의 메시지는 뭐였을까. 그는 "제가 느끼기에는 너무나 일상적이라서 놓칠 뻔했던 소중함. 가족의 소중함이나 삶의 가치들을 조금 더 생각하게 하게끔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덧붙이자면 마지막 장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환생을 할 때 사람이 되려면 두 가지 질문에 '네'라고 답하면 된다고. 첫 질문은 '살아가며 행복했는지'였고 두 번째는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행복했는지' 질문이 있었는데 그걸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행복했나, 행복을 줬나'. 사실 저는 많이 부족한 거 같았다. 이 대답에 '네'라고 하려면, 그런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한 번씩 이 질문을 던져봐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바빠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기회가 흔치 않고, 잊어버리게 되는데 사실은 가장 중요한 지점이지 않나. 살아가는 대로 사는 것과 생각고, 가치있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지'하는 것은 삶의 질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깨달은 지점도 있다. 보시는 분들도 느끼셨다면 감사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차유리의 환생 스토리 만큼이나 중요했던 것은 바로 오민정의 '진짜 엄마 되기'. 고보결은 "초반의 민정이는 숨겨져 있고 가려진 캐릭터였던 거 같다. 타인의 눈을 통해 설명이 되는 부분들이 많은데 민정이는 대사가 없고, 유치원 학부모들의 입을 통해 말이 전달되고 설명이 되니 뭐가 좀 떨어지거나 싸한 부분들이 말을 통해 설명되는 게 많았다. 아주머니들 편견 속 오민정이 먼저 소개가 된 거다. 후반부로 갈수록 민정이는 유리의 눈을 통해서, 말을 통해서 설명이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숨겨진 민정이의 진심이 나온 거다. 원래 민정이는 이런 사람이라는 것이 누구보다 그를 잘 아는 유리의 입으로 설명이 되면서 회차를 거듭할수록 민정이 진짜 모습이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유리라 친구가 될 수 있던 거 같고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고보결의 말대로 '하이바이, 마마!' 최종회는 차유리의 승천을 담으며 종영했다.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는 평도 존재했지만,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결말이 답답했다는 평도 있던 바. 여기에 '차라리 차유리와 둘이 살라'는 시청자들의 의견까지 더해졌다. 고보결은 "그 말이 저는 너무 좋았다. 그만큼 여여 케미가 좋았다는 거 아니냐. 신경을 썼던 부분이라 너무 감사했고, 되게 신경을 쓴 부분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절대 가까워지지 못할 거 같은 관계인데 그렇게 조심스럽게 가까워지는 모습이 예뻤다. 그 관계를 신경을 썼었는데 잘 평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고보결에게 '하이바이, 마마!'는 기억에 많이 남을 작품. 그는 "매 순간이 여운에 남는다. 많은 감정을 경험했고, 아이처럼 우는 장면을 찍었을 때에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을 느꼈다. 그때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결이 나왔는데 그 감정이 오래 남을 거 같다"고 말했다.
고보결은 '하이바이, 마마!'를 마친 뒤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