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흠..오늘 던지는 거를, 저도 좀, 기대가 돼요."
'특급 신인' 소형준. 1단계는 넘었다. 청백전에서 갈수록 좋은 구위로 주목받은 고졸 신인. 상대 팀과의 경기 결과가 중요했다.
명 투수이자 명 투수코치 출신 이강철 감독. 투수의 성장 가능성, 척 보면 안다. 고졸 루키를 과감하게 5선발로 점 찍은 이유다.
그는 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첫 연습경기를 앞두고 이런 말을 했다. "다른 팀을 상대로 어떻게 하는가를 봐야죠. 결국 한 바퀴는 돌아봐야 판단이 설 것 같아요."
프로무대에 데뷔한 특급 루키가 넘어야 할 두가지 과제. 이 감독은 함축적으로 이야기 했다..
첫째, 진짜 상대팀과의 결과다. 성공적이었다. 이날 소형준은 한화 베스트 타선을 상대로 선발 6이닝 5안타 2볼넷으로 1실점 했다.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8㎞, 투심은 147㎞. 체감온도를 뚝 떨어뜨린 강풍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81구를 던지는 동안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를 섞었다. 경기 운영도 신인 답지 않게 차분했다.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낮은 제구로 결정적인 순간 병살타도 무려 4개나 유도했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과감하게 변화구도 던지는 배짱도 볼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자체는 좋으니까 '맞다 안 맞다'는 게임을 해봐야죠. 게임을 할 수 있다면 하이클래스죠. 자체적으로는 이미 통과가 된 거니까, 다른 팀과도 승부가 된다면 A급 투수로 가는 출발점 아니겠어요."
경기 전 이강철 감독의 말, 그대로 됐다.
둘째, 특급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진짜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이 감독이 이야기 한 "한 바퀴 돈" 이후다. 타선이 한 바퀴만 돌아도 상대 타자의 눈에 익숙해진다. 실제 소형준은 이날 한화 타선이 한바퀴 돈 4회 연속 3안타로 첫 실점하며 위기를 맞았다.
하물며 시즌 들어 로테이션을 한 바퀴 돌면 신인 투수 소형준에 대한 모든 자료는 상대팀에 넘어간다. 그만큼 상대팀의 현미경 분석은 철두철미 하다. 극복할 수 있는 힘은 딱 하나. 알고도 못치는 구위, 그리고 자기 공에 대한 끊임 없는 믿음이다.
예언처럼 툭 던진 이강철 감독의 두가지 고비. 일단 첫 번째 고비는 잘 넘었다. 두번째 고비까지 넘으면 국내 최고 우완의 탄생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부드럽고 군더더기 없는 투구폼을 지닌 소형준은 한화 정민철 단장의 1992년 데뷔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1m89의 장신에 92kg의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대는 140㎞ 후반대의 살이있는 볼끝. 역동적이고 부드러운 투구 폼에 가장 자신 있는 변화구가 커브인 점도 흡사하다.
상대 팀의 '분석'만 극복하면 '제2의 정민철' 탄생을 조심스레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수원=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