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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릴레이 인터뷰]②광주 이한도 "팀 위해서라면 유니폼 더 더러워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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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릴레이 인터뷰 바통이 부산에서 광주로 넘어왔다. 1호 인터뷰이 김문환(25·부산 아이파크)의 '픽'을 받은 선수는 광주 수비수 이한도(26)다. 지난시즌 K리그2 우승 트로피를 두고 광주와 부산의 맞대결에서 적으로 만난 '수원고 2년선배' 이한도가 "좋은 선수라고 생각했다"는 게 김문환의 추천 이유.

이야기를 건네들은 이한도는 "국가를 대표하는 문환이 '형'이 저를…"이라고 겸손해 했다.

하지만 이한도는 지난시즌 '좋은 선수'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 K리그 대상후보에 오른 아슐마토프, 리그 베스트일레븐에 오른 측면 수비수 이으뜸, 골키퍼 윤평국에 비해 주목도는 떨어졌지만, 주전 센터백으로 구단의 창단 첫 우승에 따른 1부 승격을 이끈 '숨은 주역'이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광주 홍보팀 관계자에 의하면 경기 후 이한도의 유니폼은 항상 흙투성이가 돼있었다. 몸을 사리지 않았단 걸 방증한다. 분명, 광주의 리그 최소실점(36경기 31실점)을 뒷받침한 '수비퍼즐' 중 하나였다.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누가 그렇게 멋있게 포장했나. 커피라도 사야겠다"고 농을 친 이한도는 "사실 박진섭 감독께선 영리한 수비를 선호하셔서 몸을 날리는 걸 안 좋아하시는 편이다. 그래도 내 몸을 날려서 골을 막을 수 있다면 몸을 날려야 한다는 주의다. 이길 수 있다면 더 더러워져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땐 더 '터프'했다. 경험이 많다고 볼 수 없지만, 그래도 프로에서 몇 년 뛰다 보니 연륜 같은 게 쌓인 것 같다. 몸을 날릴 때와 날리지 않아야 할 때를 알아가고 있다고 할까. 수비 담당 유경렬 코치께서 알려주신 대로 플레이를 하다 보니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더티 유니폼'을 제보한 관계자는 '이한도가 요새 빌드업 플레이에 눈을 떴다'고 귀띔했다)

이한도가 프로 초창기부터 '좋은 선수'로 인정받았던 건 아니다. 용인대 활약을 통해 2016년 신흥명문 전북 현대에 입단했으나, 첫 시즌 FIFA 클럽 월드컵 클럽 아메리카전에서 교체로 단 1경기를 뛰었다. 그 경기를 끝으로 1년만에 전북을 떠나 광주에 새 둥지를 틀었다.

전북 시절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이한도는 "힘들었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최고의 시설에서 훈련, 자기관리 등을 엄청나게 배웠다. 전북 시절이 있었기에 K리그 100경기에 도전(현재 75경기)하는 '이한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이를 악물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전북에선 어릴 적 아이돌이었던 이동국형도 만났다. 동국이형이 상무 소속으로 김해 원정시합을 왔을 때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현장에 있었다. 그때 너무 감명을 받아서 일기장에 '이동국처럼 돼야지'라고 썼다. 그런데 커서 같은 팀에 속하게 됐다! 하루는 동국이형을 찾아가 그때 일기장을 내밀었더니 '그래, 열심히 하라'면서 일기장에 사인을 해줬다. 오해는 하지말길. 눈물은 안 흘렸다"며 웃었다.

이동국은 2020시즌 이한도의 또 다른 '동기부여'다. "훈련장에서 만난 동국이형은 정말 막기가 힘들었다. 경지에 다다른 느낌이랄까. 다른 수비수들에게도 물어보면 비슷한 이야기를 할 것 같다"며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전북전에 나서 동국이형을 다시 상대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2017년 광주에 새 둥지를 튼 이한도는 3시즌 동안 리그 평균 25경기를 뛰며 주력 수비수로 거듭났다. 본인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올시즌도 주력급 수비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무리한 동작에 따른 허벅지 부상으로 동계훈련 대부분을 쉬었다"는 이한도는 "시즌을 앞두고 김창수형, 박준희형, 한희훈형, 한용수형 등 너무도 많은 수비수들이 영입됐다.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개막이 연기되면서 회복할 시간을 벌었지만, 언제 개막할지 모르는 만큼 빨리 완벽한 몸상태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광주에서 머문 3시즌 동안 강등의 쓴맛과 승격의 단맛을 모두 경험한 이한도는 "경험해보니 강등이 너무 아프더라. 절대 강등권에서 놀지 않겠단 각오"라며 "우리 팀의 최대 장점은 단합심이다.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2020시즌 개인 목표는 "K리그1 시상식 참가"로 정했다. 지난시즌 시상식에 초대받지 못해 내심 서운했단다.

이제, 김문환의 공식질문에 답을 할 차례다. "형, 작년의 부산이 아닌데, 올해도 부산을 이길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응, 문환아. 올해라고 다를까? 농담이고, 이래야 우리가 부산을 넘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웃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