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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암말 아스펜라이트, 미국 현지서 세계2위 씨수말과 교배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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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씨암말 '아스펜라이트'가 향후 100만불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

지난 14일(현지시각) 휴웨스텀팜 소속의 '아스펜라이트'는 미국 켄터키 목장에서 세계 씨수말 교배료 랭킹 2위 '퀄리티로드'와의 교배에 성공했다. 국내 씨암말이 미국에서 경주마 생산에 나선 것은 한국 경마 역사상 최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마는 물론 경주마 경매도 취소되는 등 시장정체 속에서 이 같은 소식은 새로운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이번에 아스펜라이트와 교배한 '퀄리티로드'는 교배료만 20만달러(한화 약 2억5000만원)에 달하는 명마다. '명마의 정액 한 방울은 다이아몬드 1캐럿과 맞먹는다'는 명제에서 진일보한 벤츠 한 대 가격과 맞먹는 정액 한 방울을 받기 위해 전 세계의 씨암말들이 줄을 서고 있는 상황. 때문에 교배료가 높아질수록 상대하는 씨암말의 수준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교배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씨암말이 A급임을 인정받았다는 증거인 셈이다.

휴웨스텀팜의 '아스펜라이트'가 미국에 진출하게 된 계기는 그녀의 자마 '오웬데일'이 미국삼관경주 중 하나인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에서 3위를 하는 등 선전한 덕분. 이미 한국에서 씨암말로 활동하고 있던 '아스펜라이트'를 뒤늦게 알아본 미국의 생산자들이 다급하게 수출제의를 해왔다.

그러나 휴웨스텀팜은 도입가의 수배이상의 제안을 거절하는 대신, 한국 생산자로서 국내 최초로 미국에 말을 보내 현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는 첫 발걸음을 선택했다. 이로써, 미국으로 떠난 '아스펜라이트'는 현지 미국 씨수마와의 첫 교배를 시작으로 앞으로 현지에서 경매 상장 및 판매, 자마 생산 및 경주마 육성, 생산자마 경주마 활용 등 다양한 여러 방안을 시도해볼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됐다. '아스펜라이트'의 첫 교배 협의 씨수말은 교배료 20만불의 태핏이었지만, 교배 일정이 맞지 않고 최상의 경주마생산을 위한 배합조건도 좋지 않아 거절했다. 그리고 선택한 씨수말이 '퀄리티로드'였다.

'퀄리티로드'는 2014년 첫 자마를 데뷔시키면서 미국의 프레시맨 사이어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미국 리딩사이어 5위에 등극했다. 특히 톱5 리딩사이어 중에서도 G1대회 우승마를 4두나 배출하면서 씨수말로 데뷔한지 5년 만에 세계 2위의 교배료를 받고 있다. 씨수말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AEI(자마수득상금지수)는 2.11로 세계 4위이기에, 비싼 교배료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교배예약까지 이미 진행 중인 최상급의 인기씨수말이다.

교배와 생산, 판매까지 담당하게 될 미국 켄터키 소재의 레인즈엔드목장 역시 켄터키 목장들 중 톱5에 꼽히는 곳이다. 2019년 한해 경매판매실적은 평균 한두당 112만달러로, 해마다 백만달러의 경주마를 생산하는 목장이다. 미국 현지의 담당 에이전트 ㈜코이드는 "우수 씨암말 선정에 까다로운 목장의 눈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경주마생산계에는 고무적인 일이다. 나아가 '아스펜라이트'에 대한 현지의 반응이 상당히 긍정적이다. 워낙 건강하고 체격조건이 좋은데다 자마들에게도 좋은 체형을 물려주고 있어 교배 성공 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아스펜라이트'에게 주어진 선택권 중 하나는 경매에 나가는 것이다. 교배 이후 3차에 걸친 검사를 통해 임신확정을 받게 되면 수태된 상태로 올 11월에 있을 경매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 역수출되었던 국내씨암말이 185만불에 낙찰된 케이스가 있고, 당시 판매를 지금의 레인즈엔드목장이 담당했었기 때문에 '아스펜라이트'에게 거는 기대치 또한 크다. 다만, 미국도 코로나19의 여파가 경마와 경주마생산계까지 파고든 상태라 예정가(최소판매금액)를 50만불로 책정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씨암말로 전 세계 경마 메카의 심장부를 저격한 휴웨스텀팜의 문수열 생산팀장은 "1회성에 그치는 도전이 아니다. 앞으로도 국내 씨암말 혹은 씨수말과 최적의 배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대마가 있는 곳이라면 전세계 어디든 도전할 생각이다. 단위가 큰 시행체에서의 추진보다 민간차원의 추진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보기에 이제 첫 단추를 꿰었을 뿐이라는 각오로 꾸준히 추진해갈 것"이라며 경주마생산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