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고프다." "축구 마렵다."
요즘 K리그 축구팬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상의 모든 축구가 멈춰섰다. 2월 말 개막 예정이던 K리그도 아직 새 일정을 잡지 못한 채 한달째 멈춰 있다. 당장 다음주인 4월 초 개막은 불가능하다. '4말5초(4월말, 5월초)' 이야기도 들려온다. '축구 고픈' 팬들을 위해 각 구단, 선수들이 온라인 채널을 통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구단 홍보담당자들은 팬들이 열광할 아이템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올시즌 울산처럼 스타와 이슈가 풍성한 구단에겐 행복한 고민이다. 할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울산은 지난 11일부터 '쉬면 뭐하니?'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1일1콘텐츠' 목표로 구단 공식 UHTV를 통해 팬들과 온라인으로 적극 소통하고 있다. 11일 '시즌권 완판남' 김태환과 팬들의 깜짝 전화연결을 시작으로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 주역' 최 준의 '양자택일', '블루드래곤' 이청용의 '나는 감독이다', '부경고 삼총사' 김기희 윤빛가람 정동호의 라이브 방송, '울산 유스' 정승현의 이적동기 전화연결 '반갑다 친구야' 등 다양한 선수 ,다채로운 주제의 영상으로 팬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특히 '유럽리거 11년차' 출신 이청용이 18일 잉글랜드에서 함께 뛴 선수들을 중심으로 베스트11을 엄선한 '나는 감독이다'편은 팬들의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나는 감독이다'는 2018년부터 정동호, 김인성, 박주호 등이 참여해 인기몰이를 해온 울산의 히트 아이템이다. '월드클래스' 이청용 편엔 국내뿐 아니라 해외축구팬들의 관심도 쏟아졌다. 국내 한 포털 조회수만 4만 회를 넘겼다.
지난 17일 올시즌 울산의 폭풍영입 속에 한솥밥을 먹게 된 '부경고 삼총사' 김기희 윤빛가람 정동호의 라이브 방송에 쏠린 관심도 뜨거웠다. 미드필더 윤빛가람과 풀백 정동호는 동기, 센터백 김기희는 1년 선배다. 2005~2006년 부경고에서 함께 뛰었고 14년만에 다시 발을 맞추게 됐다. 울산 7년차 원클럽맨, 정동호의 존재는 '울산은 처음'인 김기희, 윤빛가람에게 천군만마다. '터줏대감' 정동호는 라이브 방송에서도 진행자 역할을 깔끔하게 소화했다. 라이브 내내 서로를 올렸다 내렸다하는 고등학교 동창 특유의 '절친 케미'가 압권이었다. "기희형 4번 달고 우승 많이 했는데 울산에서 44번 달았으니 더블 가나요?"라는 정동호의 돌발 질문에 김기희는 "가능하다"고 즉답했다.
절친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흑역사' 소환도 이어졌다. 정동호는 부경고 시절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없이 "윤빛가람 선수가 K리그 안본다고 했던 발언"을 꼽았다. 윤빛가람과 김기희가 웃음을 터뜨렸다. 윤빛가람이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지금에서야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서…"라며 해명하려던 순간 라이브 댓글창으로 이청용의 돌직구 질문이 날아들었다. "윤빛가람 선수, 아직도 K리그 안보세요?" 삼총사가 동시에 '빵' 터졌다. 윤빛가람이 진지하게 답했다. "K리그에 몸담은 지 오래 됐다. 열심히 보고 있다." 마요르카의 기성용도 라이브 댓글창에 '(윤빛)가람이 잘생겨졌네' 한마디를 남기고 총총 사라졌다. 이날 '삼산 케이윌' 정동호는 꿀보이스로 케이윌의 '러브 블러썸'을 완창하는 팬 서비스를 선보였다. 마지막 퇴근송은 역시 원정팀을 향한 울산 승리의 응원가 "잘가세요" 였다.
삼총사가 함께한 팬들과의 소통은 선수들에게도 즐거운 경험, 행복한 추억이 됐다. 윤빛가람은 "울산 현대에 입단한 후 처음으로 구단 영상에 출연했다. 라이브 방송이어서 더 특별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첫 출연이었지만 예전부터 친하게 지낸 부경고 출신 동료들과 함께여서 더 재미있었다"며 미소 지었다. 정동호는 "고등학교 때 시작된 인연이 30대에 들어선 지금까지 이렇게 이어져 정말 특별하다. (방송에서) 새 선수들을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어 나름 뿌듯했다. 팬들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희 역시 후배들과 함께한 첫 라이브 방송에 흡족함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K리그로 돌아와 부경고에서 함께 했던 동호, 가람이와 같은 팀에서 만난 것부터 반가웠는데, 팬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만들어져서 좋았다"고 했다. 온라인을 넘어 그라운드에서 삼총사가 팬들과 직접 만날 날을 고대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안정돼 K리그가 속히 개막했으면 좋겠다. 팬들과 온라인뿐만 아니라 경기장에서도 빨리 만나고 싶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