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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시대, 360조 세계 경마시장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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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제경마연맹(IFHA)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경마매출 규모는 143조에 달한다. 경마산업에 말 생산·판매, 승마산업, 말 관련사업 등을 포함한 전 세계 말산업 시장 가치는 무려 360조원으로 추정된다.(2017, EBA) 여타 산업이 가치사슬 내에서 다른 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듯 경마산업도 말 생산, 경매, 승마산업과 함께 돌아간다. 즉 경마시장이 흔들리면 연관된 1차(생산·사육), 2차(사료·설비제조), 3차(경마, 승마, 관광) 말산업이 함께 흔들린다.

코로나19로 인해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 각 국은 잇따라 경마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경마시장과 연관된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해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일본, 홍콩 등은 온라인 발매가 수반되는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시대, 세계경마시장의 생존전략은 '비대면'이다.

▶미국 확진자 급증, 미국 뉴욕주·영국·프랑스·아일랜드 줄줄이 경마 취소

미국 뉴욕경마협회는 지난 19일부로 뉴욕주 애퀴덕트 경마장에서 열리는 모든 경주를 무기한 연기했다. 250년 남짓한 미국 역사에서 145년의 역사를 가진 켄터키더비도 5월 2일에서 9월 5일로 변경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75년 동안 흔들림 없던 켄터키더비 일정을 코로나19가 바꿔버린 것이다. 무기한 연기, 잇따른 경주취소는 플로리다주의 오칼라 브리더스 경매(OBS)에도 영향을 미쳤다. 291마리의 말들이 경매장에 나왔지만 40%의 말들이 새 집을 찾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갔다. 지난해에 비해 압도적인 비율이다. 올해 OBS 총 경매 매출액은 349억. 작년은 무려 553억에 달했다. 그럼에도 생산자들은 좋은 말을 팔 수 있어 다행이라고 여긴다.

경마의 종주국인 영국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다. 4월 30일까지 영국 내 모든 경주가 취소됐다. 영국경마협회는 경주 취소가 20조원 경마시장에 미칠 부정적 파급 효과를 우려해 경주 재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한 프랑스도 4월 중순까지 경주를 전면 취소했다. 11조 경마 매출이 반 토막 날 위기에 처했다. 아일랜드는 경마 산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발매 기반 무관중 경마를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확진자 급증가로 결국 4월 19일까지 경주를 중단했다.

▶북미·아시아·오세아니아, 온라인 발매 기반 無관중 경마 '대유행'

한편 몇몇 국가는 비대면 시대로의 전환에 걸맞게 온라인 발매로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켄터키주, 플로리다주는 온라인 발매에 기반한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28일 개최 예정인 플로리다더비는 상금규모를 100만 달러에서 75만 달러로 축소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대상경주를 개최하는 것만으로도 지역경제는 한숨 덜었다.

경매시장도 비대면 시대에 맞게 변신했다. 텍사스 2세마 경매는 취소됐지만, 텍사스더러브렛협회는 온라인에 카탈로그를 올려두고 잠재적 구매자가 개인적으로라도 좋은 말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코로나19라는 위기에 맞서 오프라인 중개자에서 온라인 구매 플랫폼으로 발 빠르게 진화한 것이다.

우리만큼이나 농축산업을 국가의 근간으로 인식하는 일본도 온라인 발매 기반 무관중 경마를 시행 중이다. 경마시행이 차질을 빚게 되면 경주마의 능력을 측정하는 데 차질이 생기고 우수마 선발이 어려워진다. 우수한 말을 선별해낼 수 없으니 말에 대한 투자수요가 감소하고 그에 따라 생산 의욕이 감소하여 생산기반이 약화된다. 1차 산업이 흔들리면 사료생산과 같은 2차 산업이 주춤하고 수의, 수송, 발매와 같은 3차 산업도 동력을 잃는다. 일본은 관중이 없는 경마라도 시행하고 있다. 대신 경마전용 채널이 있어 경주를 생중계하고, 경마팬들은 전화와 인터넷으로 마권을 살 수 있다. 일본의 2018년 총 매출 중 68.8%(22조원)가 온라인을 통해 발생했다. 넓게 온라인으로 구분되는 계좌발매 매출 약 20%까지 합하면 더 많다. 일본 중앙경마회 관계자는 경마산업이 서비스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본의 농축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마를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온라인 발매 덕분에 매출이 종전대비 90%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과 마카오 역시 '비대면' 발매로 '대면' 발매 감소를 보완하고 있다. 홍콩은 무관중 경마 시행 초기에는 매출이 25% 감소했으나 최근 20% 정도로 감소폭이 줄었다. 오프라인 발매 감소분을 온라인 발매가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 덕택에 홍콩자키클럽은 연중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BMW홍콩더비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코로나19로 학교에 갈 수 없는 홍콩 아이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주의 가장 성대한 경마 축제인 '골든슬리퍼데이'도 관중 없이 진행됐다. 2세마들이 뛰는 지구상의 가장 비싼 경주인 골든슬리퍼데이는 총 상금이 26억원에 달한다. 말산업뿐만 아니라 레저산업, 패션산업 등 호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다. 경마팬들은 화면으로만 경주를 볼 수 있었지만 9억 원 이상을 베팅했다. 전년대비 15% 감소했으나 위축된 경기를 감안하면 아쉽지 않은 매출이다.

▶해외수출도 차질, 말레이시아에서 활약할 날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우리 馬들

지난해 11월 마사회는 국내 퇴역마 30두가 말레이시아 경주에서 뛸 수 있도록 말레이시아 로얄사바터프클럽과 '한국 경주마의 수출을 위한 상호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우리 퇴역말을 세계로 내보내려는 야심찬 첫 시도였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서는 온라인, 전화를 통한 발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무관중 경마마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양 국의 검역본부도 예민하다. 자연히 우리 경주마들은 활주로 바로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경주수출도 막혔다. 마사회는 4개 대륙 8개 국가에 우리 경주를 수출하고 있었다. 작년 한 해 동안 761억 원 치 경주를 수출했다. 올해는 전 대륙 850억 원 규모의 수출을 목표로 세웠으나 신규 수출은커녕 경주가 중단되어 기존 국가에도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벌써 경주 수출액이 11%가 감소했다. 당장의 손실은 잠시 접어두고라도 경주 수출을 해야 우리가 생산한 말의 우수성을 알리고 수출상품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텐데, 하소연할 데 없는 고민에 생산자와 마주의 시름만 깊어진다.

코로나19의 시대. 미국, 일본, 홍콩, 호주 등 말산업 주요 국가는 말산업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대면'이라는 면역체계를 갖췄다. 말산업 가치사슬에서 경마부문은 중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마 매출 감소는 고스란히 종사자, 생산농가, 연관업체의 몫이다. 우리도 말산업이라는 거대한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경마시장과 연관된 1차, 2차, 3차 산업을 생각한다면 경마산업에도 비대면 시스템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