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추격 스릴러 영화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 싸이더스 제작)이 내달 전 세계 공개를 앞두고 대규모 국제 소송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세계적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단독 개봉을 알린 게 결국 화근이 됐다.
'사냥의 시간'의 투자·배급을 담당한 리틀빅픽처스는 23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 4월 10일 단독 공개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하여 개봉을 잠정 연기한 '사냥의 시간'은 지난 11일(현지 시간) 세계 보건 기구 WHO의 팬데믹 선언 소식을 접하게 됐고 이에 리틀빅픽처스는 '사냥의 시간'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현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세계적인 넷플릭스에 제안을 하여 오는 4월 10일부터 전 세계 190여 개국에 29개 언어의 자막으로 동시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8년 1월 첫 촬영에 돌입해 7월 15일 크랭크 업, 이후 약 1년 6개월의 오랜 후반 작업으로 완성된 '사냥의 시간'은 개봉까지 3년의 시간 걸린 작품이다. 순 제작비 90억원으로 만들어진 '사냥의 시간'은 마케팅 비용을 더해 총 제작비 115억원 버젯의 영화로 손익분기점은 300만명이 책정됐고 지난 1월 31일 열린 제작보고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 공식 상영회를 통해 전 세계 첫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이후 26일 국내 개봉일을 확정했고 여기에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로부터 15세 관람가까지 받으면서 무난한 출발을 예고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를 맞닥뜨리게 됐고 개봉을 나흘 앞둔 22일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봉일을 기약 없이 연기하게 됐다.
'사냥의 시간' 측은 개봉 연기를 결정할 때까지만 해도 3월 중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해 3월 개봉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더욱 악화된 상황에 결국 다른 방안을 찾게 됐고 그 결과 극장 개봉을 포기, 넷플릭스와 단독 계약을 체결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극장 역시 평일 관객수 3만명, 주말 7만명대로 역대 최저 관객수를 기록 중인 현실에서 100억원대 버젯의 상업영화 개봉을 추진하는 건 불가능한 일. '사냥의 시간'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극장이 아닌 다른 플랫폼을 모색했고 어렵게 넷플릭스와 추정 약 120억원의 계약을 체결해 3년 만에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 코로나19로 개봉을 미룬 신작 중 OTT(Over-The-Top, 인터넷을 통하여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개봉을 변경한 첫 번째 사례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영화계 지각변동이자 파란이 된 '사냥의 시간'.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120억원에 '사냥의 시간'을 넷플릭스에 판 리틀빅픽처스가 미처 정리하지 못한 해외 배급사로부터 반발을 사게 된 것. '사냥의 시간'은 해외 배급 대행사인 콘텐츠 판다를 통해 이미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 20개국에서 선판매됐고 해외 배급사들은 콘텐츠 판다에 배급 계약금 일부를 건넸다. 여기에 베를린영화제를 통해 호평을 얻고 추가로 10여개국에서 판매 계약 및 논의 중인 단계였던 상황. 이런 상황에서 돌연 리틀빅픽처스가 넷플릭스와 단독 공개를 발표해 먼저 계약된 해외 배급사의 계약이 무용지물이 돼버린 상황이다. 더구나 리틀빅픽처스는 이 과정에서 콘텐츠 판다는 물론 '사냥의 시간'을 선판매한 해외 배급사들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대규모 국제적 소송 단계까지 발생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콘텐츠 판다 측은 23일 스포츠조선을 통해 "리틀빅픽처스가 해외 세일즈사 콘텐츠 판다에게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이달 중순쯤 리틀빅픽처스로부터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개봉이 불가피해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는 요청이 왔는데 그때만 해도 넷플릭스와 단독 개봉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우리도 오늘(23일) 보도로 넷플릭스와 계약을 알게 됐다. 현재 '사냥의 시간' 배급권을 구매한 해외 배급사에서 반발이 상당하다. 특히 해외에서는 극장과 OTT 플랫폼에 대한 대립이 첨예하다. 해외 배급사들도 리틀빅픽처스의 계약 해지 통보에 대해 합의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현재 국제적인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법적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반면 리틀빅픽처스의 입장은 콘텐츠 판다와 다르다. 리틀빅픽처스 권지원 대표는 같은 날 본지에 "콘텐츠 판다와는 2주 전부터 협조 요청을 구했다. 콘텐츠 판다 쪽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상을 하겠다고 전달했고 해외 배급사들에도 피해 보상을 하겠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계속 합의를 거절해 일방적으로 해지 통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해외 배급 대행사가 우리에게 역 갑질을 한 것이다. 우리 회사는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해외 배급 대행사에는 작은 손해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개봉 여부가 정말 중요했다. 오히려 넷플릭스와 개봉 계약을 하기 전 가장 먼저 논의를 구한 쪽이 콘텐츠 판다였다. 이 협상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찾아갔지만 합의점을 전혀 찾지 못했다. 여러모로 원만한 합의를 보고 싶지만 그게 힘들다면 법정에서 진실 여부를 가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억울한 입장을 전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