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면역력이 중요시 되고 있다.
'건강 방어막'인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균형잡힌 식사, 운동, 숙면 등이 주로 강조된다.
그러나 재택근무자와 자가격리자들은 우울감과 불안감, 생활습관의 변화로 수면의 리듬이 깨지기 쉽다.
이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뇌신경센터 신경과 신원철 교수의 도움으로 수면이 면역력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꿀잠'이 면역력 향상…수면부족은 '치명타'
잠을 제대로 못자면 인체 면역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불면으로 인해 인체가 타고난 선천 면역에 중요 역할을 하는 'NK 세포(Natural Killer cell)' 수와 기능이 줄어들 수 있다.
NK 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면역세포를 의미하는데, '자연살해세포'라고도 부른다.
또한 수면 부족은 예방접종 등으로 갖게되는 후천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CD4+ T 세포'의 수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수면박탈군(강제로 잠을 못 자게 한 집단)에서 인플루엔자 A 및 A형 간염 백신 접종 이후 면역 반응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수면 시간이 짧을수록 면역기능의 주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약화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신원철 교수는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예방 백신이나 치료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증을 스스로 이겨내고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면역력을 증진하는 것"이라며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잠을 잘 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수면학회 정기영 회장(서울의대 신경과)은 "잠을 잘 자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마스크 착용, 손씻기와 같이 수면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숙면은 불안·우울감 해소…'심리방역'에도 중요
숙면은 '심리방역'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생기는 불안·우울감·공포감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는 것.
한 연구에 따르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은 불안, 우울증과 상호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이 불면을, 불면이 불안·우울감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숙면을 통해 불안·우울감이 어느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이들이 갖는 감정 중 하나는 분노감인데, 기질적으로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집단은 수면량이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분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수면의 질 저하에 영향을 끼친다는 최근 보고도 있었다.
대한수면학회는 "단순히 분노, 불안 자체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그 감정에서 파생할 수 있는 수면 건강의 저하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치매 억제·다이어트에 도움…잠자기 5~6시간전 식사 마쳐야
숙면은 치매 억제, 기억력 향상,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우선 질 좋은 수면은 치매를 억제하며, 반대로 잠을 못 자면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뇌에는 '글림파틱(Glymphatic)'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깊은 잠을 잘 때 작동해 낮에 뇌가 활동하면서 생긴 뇌의 노폐물을 정맥으로 밀어 뇌 밖으로 배출한다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작은 단백질도 이때 함께 뇌에서 배출된다.
또한 잘자는 것은 기억력에 좋은 영향을 준다. 다음 날이면 잊어버리기 쉬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깊은 잠을 잘 때 이뤄지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사람의 수면은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두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비렘수면 동안에는 육체적 피로의 회복과 함께 깨어 있을 때 학습한 기억이 정리되고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그리고 렘수면 동안에는 저장된 기억이 기존의 저장된 지식, 기억과 서로 연결해 더욱 오래 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면시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잘 자는 것은 기억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찍 식사를 한 사람은 4㎏ 이상 체중 감소가 나타났으며, 야간 근무자의 경우 일반 근로자보다 비만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생체시계와 일주기 리듬이 비만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잠을 자야 하는데 음식을 섭취하면 이를 소화하기 위해 많은 장기가 활성화되고, 수면을 준비하는 생체시계와 불일치하면서 인슐린 저항과 비만이 초래될 수 있다"며 "따라서 잠자리에 들기 5~6시간 전에 식사를 마치고 숙면하면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비만을 막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면역력 향상 5가지 수면규칙
-최소한 7시간이상 수면을 취한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음악이나 방송(유튜브 등)을 틀어놓고 잠들지 않는다
-잠자리에 누워서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