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은 한국프로야구 사무국인 KBO가 쓰는 7층 건물이다.
지하철 3호선 양재역과 뱅뱅사거리 중간쯤에 위치한 이곳에 요즘 구단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모여드는 날이 잦아졌다.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지만, 팬들과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정규시즌 개막을 연기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매주 이사회 또는 실행위원회가 열리는 화요일엔 각 구단 사장과 단장들이 마스크를 쓰고 6층 회의실에 모여 머리를 맞댄다.
지난 17일에는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질병 전문가와 각 구단 팀장급 관계자, KBO 본부장과 팀장 및 법률 담당 변호사 등 13명으로 구성된 TF는 매주 3회 이상 회의를 열어 바이러스 추세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대응 매뉴얼 업데이트를 통해 리그 개막 일정과 운영 방안 등을 협의한다.
초미의 관심사이자 주요 논의 사항은 정규시즌 개막 시점이다. 지난 10일 이사회에서는 당초 예정된 3월 28일 개막을 4월로 연기한다고 결정했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당시 "개막일은 4월 중순이 마지노선인데, 그때까지도 잦아들지 않으면 4월 마지막까지 지켜볼 것"이라며 "사회적인 분위기, 확진자수를 보고 전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후 개막 시점과 관련해 진전된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야구장에 가도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언제 형성될 수 있는 것일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화 관람, 콘서트, 종교 예배와 같은 단체 모임을 자제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다른 나라들처럼 모임의 규모를 구체적인 숫자로 정하지는 않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7일 앞으로 8주간 50명 이상 모임은 삼가라는 권고안을 내놓자 메이저리그는 개막 연기 기간을 2주에서 CDC 방침대로 8주로 늘렸다. 5월 12일 이후 정규시즌을 개막할 수 있다.
'사회적 분위기'를 가늠하는 객관적 기준으로 학교 개학일이 꼽힌다. 교육부는 17일 전국의 각급 학교 개학을 3월 23일에서 4월 6일로 세 번째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학사 일정, 대입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수백, 수천명이 한 건물에서 수업을 듣는 학교와 수천, 수만명이 모이는 야구장은 사람간 거리가 밀착된다는 점에서 흡사하다. 학생들이 학교에 갈 수 있다면 팬들의 야구장 출입도 괜찮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적 의무인 학생들의 수업과 여가선용의 일환인 프로야구를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최근 서울, 경기 지역에 단체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확산세가 또 어떻게 바뀔 지는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적어도 한 자리수로 가라앉고 방역과 치료 시스템이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KBO 코로나19 TF에 참여하는 차의과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전병율 교수는 18일 본지 통화에서 시즌 개막 시점과 관련해 "확진자수가 한 자리수라면 모를까, 앞으로 한 달이 될 지 그 이상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학교는 학사 일정이 있고 내부에서 가르치는 부분도 있으니 스포츠와 연관하는 건 맞지 않는다"며 "선수들은 2m 이내 접근 때 조심하고, 웨이트 같은 실내 운동을 할 때도 떨어져서 하는 것이 좋다. 비말에 의한 전염이므로 기침이나 말할 때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미국과 둔화세로 접어든 국내 상황은 분명 다르다. 메이저리그가 시즌 개막을 5월 중순으로 미룬 점을 감안하면 KBO는 4월 중 개막에 힘을 실을 수도 있다. 다만 확산 둔화세가 지속되고 사회적 공동 노력도 더 필요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