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수광이도 자기 번호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것 아닌가."
SK 와이번스 채태인은 생소한 번호를 달고 있다. 00번.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를 거치면서 달았던 17번이 아닌 완전 새로운 번호였다.
보통 베테랑이 새롭게 팀에 오면 그 선수가 달던 번호를 계속 붙이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은 자신의 등번호가 곧 자신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팀에 가더라도 자신이 달았던 번호를 달고 싶어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한국 프로야구에 선후배 문화로 인해 후배가 선배에게 번호를 양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채태인은 17번을 달지 않고 새롭게 00번을 등에 붙였다. 커가는 후배를 위한 배려였다. 채태인은 "SK에서는 17번을 누가 다는가 봤더니 노수광이었다. 수광이도 자기 번호에 대한 애착이 있지 않겠나. 그래서 다른 번호를 달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프로생활동안 17번을 달면서 자부심을 느꼈던 것처럼 노수광의 마음을 이해한 것. 스스로 "내가 여기에서 주전은 아니지 않나. 우리 팀 1루 주전은 로맥 아닌가. 난 대타로 많이 나갈 것 같아 항상 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라며 자신이 이제 주전이 아닌 백업임을 인정한 채태인은 SK를 이끌어가야할 후배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마음을 분명히 했다.
17번을 포기하고 고른 번호는 더 특이했다. 아무도 달지 않았던 00번을 붙였다. 채태인은 "동기인 김강민이 0번을 달고 있어서 강민이와 붙어 다니려고 00번을 붙였다"라면서 "노래도 '빵빵'을 좋아한다"라며 웃었다. '빵빵'은 가수 박상철이 부른 트로트 가요다.
스프링캠프에서는 후배들 앞에서 가벼운 율동을 보여줄 정도로 팀 분위기를 살리려 노력도 한다. 비록 주전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야구를 즐겁게 하고 싶은 채태인이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