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정규시즌 중 가장 중요한 맞대결에서 하나은행이 웃었다.
하나은행은 9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원큐 2019~2020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84대79로 승리, 11승16패로 신한은행을 제치고 단독 3위로 뛰어올랐다. 이미 우리은행과 KB스타즈가 1~2위를 나눠 가지는 가운데, 하위 4개팀이 여전히 모두 가능성이 있는 치열한 3위 싸움에서 하나은행은 한발 앞서가게 됐다. 반면 신한은행은 3위 자리를 뺏기며 5위 BNK에도 반경기차로 쫓기게 되는 상황이 됐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의 시즌 3위 결정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유일하게 정규리그를 이어가고 있던 여자 프로농구였지만, WKBL은 8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이날 경기를 끝으로 2주간 리그를 중단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재로선 그 누구도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2주 후 리그가 재개되지 못할 경우 여러가지 상황상 다시 연기를 하기도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엔 이날 경기를 끝으로 정해진 순위가 정규리그 최종 성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두 팀 사령탑이나 선수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라커룸에서 만난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이나 이훈재 하나은행 감독도 "리그 재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단 이전 3위에 오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날 최종 3위를 결정짓는 승부가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직감하고 있었다. 경기 전 미팅 시간을 어느 때보다 길게 가져간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양쪽 모두 리스크는 있었다. 신한은행이 3일전 부산 BNK 원정을 다녀온 것을 포함해 11일동안 무려 5경기를 하고 있는 반면 하나은행은 일주일만에 치르는 경기였다. 신한은행으로선 체력에서, 하나은행은 경기 감각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는 1쿼터부터 잘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김단비 한채진 이경은 등 베테랑들이 공격을 주도했다. 하나은행은 고아라가 3점포 3개를 비롯해 13득점을 몰아넣으며 따라붙었지만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2쿼터 중반부터 신한은행을 몰아붙였다. 강계리와 신지현이 연속으로 3점포 2개를 넣으며 37-27까지 벌린데 이어 가드 김지영이 연속 3개의 골밑 돌파를 성공시키며 신한은행 노장들의 발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3쿼터에도 하나은행은 슈터 강이슬이 3점포로 포문을 연데 이어 김지영 고아라 강계리 등이 빠른 발을 활용해서 신한은행의 골밑을 마음대로 파고 들었다. 3쿼터를 68-52로 크게 리드한 하나은행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4쿼터 신한은행의 반격은 거셌다. 김단비와 서덜랜드, 한채진 등 3명이 연속으로 3점포를 꽂아넣으며 9점을 따라붙었고 이어 악착같은 더블팀 수비로 공격권을 빼앗은 후 계속 내외곽을 공략하며 점수차를 좁혀 나갔다.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74-79까지 쫓아갔지만 하나은행은 고비 때마다 3점포를 넣었던 에이스 강이슬이 1분 52초를 남기고 회심의 3점포를 또 다시 성공시키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하나은행은 고아라가 19득점을 비롯해 강이슬, 마이샤, 김지영, 강계리 등 5명이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다.인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