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KT 위즈 유한준(39)의 겨울나기는 분주했다.
동료들보다 먼저 시즌 일정을 시작했다. 스프링캠프 시작 열흘 전인 1월 20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으로 건너갔다. 일찌감치 현지 적응을 마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캠프에 돌입하겠다는 의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KT 주장을 맡아 선수단의 중심 노릇을 하는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이기도 했다. 부주장 박경수를 비롯해 황재균, 장성우, 강백호, 이대은 등 후배들은 동행을 자처했다.
캠프 돌입 후에도 유한준의 발걸음은 쉴틈없이 이어졌다. 훈련장에서 경쟁했던 후배들과 일과를 마친 뒤 소통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과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선수단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프로 17년차, 어느덧 불혹을 앞둔 베테랑의 무게보다는 오로지 팀을 앞세울 뿐이었다. 황재균은 "(유)한준이형은 '종신 주장'을 해야 한다"고 농을 칠 정도로 선수들의 신뢰도 굳건했다.
KT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취득한 유한준과 2년 총액 20억원에 재계약 했다. 지난해 139경기 타율 3할1푼7리(501타수 159안타), 14홈런 86타점, 출루율 3할8푼3리, 장타율 4할4푼3리로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펼친 그의 노력 뿐만 아니라, 5할 승률에 일조한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인정이었다. 이 감독은 올해도 유한준에게 주장직을 맡기면서 흔들림 없는 신뢰를 보냈다. 팀이 보여준 믿음과 신뢰에 유한준은 적극적 행보로 화답했다. 이 감독은 캠프 기간 내내 "가장 고마운 게 유한준"이라는 말을 달고 다녔을 정도. KT 코치진, 관계자들은 8일 애리조나 캠프 일정을 마친 뒤 유한준을 MVP로 선정했다.
유한준은 "캠프를 앞두고 감독님이 '긍정의 힘'을 강조하셨다. 우리 선수들에게 필요했던 부분"이라며 "선수들과 각자 경기력 뿐만 아니라 멘탈적으로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되자는 약속을 하고 임했다. 밝고 열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목표를 달성한 것 같아 기쁘다"고 캠프 기간을 돌아봤다. 그는 "지난해 주장을 해보니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는데, 후배들이 잘 따라와줬던 것 같다"며 "올해도 함께 좋은 팀을 이루고, 팬들에게 지난해보다 나은 결과로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한준의 마지막 가을 잔치는 히어로즈(현 키움) 시절이었던 201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5강 진입을 목표로 내건 KT의 바람만큼, 유한준의 갈증도 크다. 유한준은 "도전자이기 때문에 더 편하고 패기 있게 도전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올해는 (5강 진입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후배들에게 포스트시즌의 맛을 경험케 해주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