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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스케치]'탈권위' 류중일 감독의 사투리 소통법 #삐줘 #왜케요 #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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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 트윈스가 캠프를 차린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가와 구장.

코로나19 여파로 어수선 정국. 오랜 단체 생활 속에 집에 가고 싶을 무렵, 불가피한 캠프 연장이 선수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캠프 현장 만큼은 웃음꽃이 넘친다.

좋은 분위기, 그 중심에 수장 류중일 감독이 있다. 뉴 페이스 정근우를 필두로 한 고참들과 하루 하루 웃지 못할 일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캠프를 이끄는 수장 류중일 감독. 10개 구단 최고참 사령탑이지만 스스럼 없는 농담 속에 선수들과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툭 내려놓은 권위. 그 틈새 만큼 선수들과 함께 호흡할 공기층이 두텁게 형성되고 있다.

연신 구수한 대구 사투리로 선수단에 웃음을 던지는 사령탑. 어느덧 류중일 표 사투리는 선수단 사이에 유행어가 되고 있다. 류 감독은 유지현 수석코치에게 "감독 사투리 따라 쓰는 선수한테 벌금 매깁시다"라며 너털 웃음을 짓는다. 캠프 분위기, 좋지 않을 도리가 없다.



# 최근 웃지 못할 일화 No1.

정근우가 타석에 섰다. 류중일 감독 특유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야야, 외야 앞으로 땡기라."(나이가 많아 장타력이 떨어졌다는 장난)

정근우 : (어이 없는 표정으로)감독님, 저 아직 괜찮습니다.

류중일 : 그럼, 니 삐줘(보여줘).

그 순간, 난데 없이 대기 타석에 있던 김민성이 불쑥 고개를 들이민다.

김민성 : (긁적)저~~어....감독님...

류중일 : 와? 먼데?

김민성 ; (주저하다)제~가, 삐존(선수단 훈련 B조)데요?



# 최근 웃지 못할 일화 No2.

정근우가 수비 훈련에 한창이다.

라이브 배팅에서 어려운 타구를 발 빠른 대처로 기 막히게 처리했다.

'나이스 캐치', 여기저기서 큰 탄성이 터진다. 이를 지켜보던 류중일 감독. 장난기가 발동한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연습 스윙을 하던 주장 김현수를 부른다.

류중일 : 야야 현수야.

(김현수, 거리가 멀어서 잘 못 듣는다)

류중일 : (좀 더 크게) 야야 현수야.

김현수 :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며) 네, 감독님.

류중일 : 저기, 나이스 캐치가?

김현수 : (사태 파악이 미처 안돼 당황스런 표정이다. 정근우는 김현수의 선배다)

류중일 : (아랑곳 하지 않은채)저기, 나이스 캐치냐꼬?

김현수 :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웃으며) 아...아...아닙니다.

류중일 : 그래, 이지(easy-수비하기 쉬운 타구라는 야구 현장 용어)다. 이지~. 발이 안 간기다.



# 최근 웃지 못할 일화 No3.

LG는 오프 시즌,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장의 수장,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류중일 감독, 캠프를 방문하는 손님들의 덕담에 손사래 치기 바쁘다.



관계자 : LG, 올해 우승후보 아닙니까?

류중일 : (격하게 손사래 치며)아, 왜케요?(왜 이래요?)

(손님이 돌아가고 난 정적 속...그제서야 내부자들에게 속내를 살짝 던진다)

류중일 : 야야, 선수들이 내 맘을 알꼬?



오키나와(일본)=정현석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