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죽음 결말'은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진짜 사랑을 찾게 된 구승준이 서단(서지혜)을 구하다가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한다는 결말은 시청자들에게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저절로 터져나오게 만들었다. '충격전개'에 마지막회가 끝난 뒤 한동안 '구승준'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기도 했다.
구승준 역으로 열연한 김정현(29)이 최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tvN 토일극 '사랑의 불시착'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죽음 엔딩'이었다.
"사실 15부 대본을 받았을 때에도 제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15부 말미에 총을 맞길래 이정효 감독님께 '저 죽는 거냐'고 물었는데 감독님도 '모르겠는데, 죽기야 하겠느냐. 이제 너 시작인데, 살아날거야'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16부 대본을 펴보니 제가 죽어있었다. 그래도 끝에는 살아나지 않을까 싶어서 에필로그 부분까지 읽어봤는데, 그래도 죽어있었다."
그 또한 죽음에 대한 결말을 알지 못했다. 다만 '죽음으로 인해 더 강렬한 마무리가 됐다'는 것은 21.7%의 시청자들이 모두 공감하는 지점이다.
김정현도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마무리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회를 다 찍고 종방연에 갔는데 모든 분들이 제 죽음을 안타까워해주셨다. 그래서 승준이가 더 기억에 남은 게 아닌가 싶다"며 "저를 많이 생각해주시고 안타까워해 주신다면, 연기한 입장에서는 되게 감사하다. 그렇게 이입해서 봐주시니. 그래도 감사한 일이고 만족스럽다. 오히려 뒤집어서 생각해 본다면, 해피엔딩이었다면 세리(손예진)와 정혁(현빈)의 해피엔딩만큼 행복한 느낌이 날 수 있었을까 싶고, 또 승준이가 그런 면에서는 죽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김정현은 2015년 첫 장편영화 '초인'으로 데뷔한 뒤 각종 영화상의 신인남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특급 신예'로 주목을 받았다. 또 화제의 드라마에서 연이어 주연으로 발돋움하며 '꽃길'을 예약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18년 MBC '시간' 제작발표회에서 다소 무성의한 모습을 보이며 태도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건강상의 이유로 종영 전 작품 하차를 결정했다. 그리고 1년 5개월의 공백기를 가진 뒤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돌아왔다.
김정현은 "공백기인 1년 5개월 동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치료도 하고 건강해지려고 노력했다. 운동도 했고 좋은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소소할 수 있지만, 잊고 있던 것들에 대해 생각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많이 힘들었던시간도 있었고 친구들이랑 만나면서 '내가 되게 좋지 않은 생각들을 스스로 많이 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힘든 시간을 많이 보냈다. 자존감도 떨어졌지만 친구들과 지내면서 지금 이 순간 생기는 감동과 즐거움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던 것 같았고, 그러면서 반대로 '불시착'을 하면서 나도 사랑받는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하고도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고 밝혔다.
1년 5개월의 공백기가 지나는 동안 김정현에게는 엑소 수호(김준면)와 변요한, 박정민, 송상은, 정연주, 임지은 등 친구들이 힘이 됐다고 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하면 기분이 좋은 시너지가 있다. 서로 응원도 해주고 요한이 형이 커피차도 보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준면이도 해주고 싶었는데 팬들의 서포트가 줄 서있어서 안된다고 하더라. 다음에는 꼭 보내줄 생각이다. 정민이 형은 개인적으로 만나서 커피도 사주고 얘기도 많이 나눴고, 요한이 형은 '형이 주는 건 받아!'라고 하는 성격이라 늘 받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정효 PD와 박지은 작가는 김정현의 복귀를 도운 '은인'이다. 김정현은 "처음 이정효 감독님을 만날 때에는 작품을 염두에 두지 않고 그냥 3~4시간을 얘기만 나눴다. 작품을 두고 미팅을 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출연에 대한 생각은 못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대본을 보내주시면서 '함께 해보자'는 말씀을 해주셨다. 나중에 들으니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이 저를 많이 응원해주셨다고 하더라. 작가님은 종방연에서 저에게 '잘해줘서 고맙다'고 해주셨다. 그러면서 '승준이 죽는다고 난리다. (내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하셨다"며 감사해 했다.
선배들과의 촬영도 늘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다. 김정현은 "현빈 선배와 손예진 선배의 체력이 걱정될 정도로 힘든 촬영을 하셨는데 두 분 다 밝게 촬영을 마치셨다"며 "'열애설에 대해 저도 알고는 있었지만, 제가 신경을 쓸 만큼의 '뭔가'가 있지는 않았다. 두 분은 워낙 프로이기 때문에 리허설 때는 치열하게 연기하시고, 아닌 건 아니라고도 바로 말하셨다. 또 촬영에 돌입하면 바로 눈에서 꿀이 떨어져서 제가 그걸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제가 두분을 신경쓰고 있는 그 모습이 웃기더라. 그게 무색할 정도로 정말 잘해내셨다. 이정효 감독님이 저한테 그럿셨는데 '촬영 전에 만났는데 두 사람 열애설? 아니던데'라고 하실 정도였다. 제작발표회 때 감독님이 '열애설도 염두에 뒀다'고 하시는 걸 보니 관심도가 정말 높았구나 나중에 실감했다"고 말했다.
김정현은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간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공백기를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