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의 시청률이 20%를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김사부2'는 지방의 작은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진짜 닥터들'의 이야기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생생한 의료 현장 묘사와 실감나는 대사·연기 뒤에는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외과의 송금종 교수가 활약 중이다.
김사부 시즌1에서 의학자문을 담당했던 송 교수는 이번 시즌2에서도 대본의 의학적 감수를 비롯해 수술 등 의료행위들에 대한 자문 등을 담당,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송금종 교수로부터 '김사부2'에서 다뤄지는 질환과 의료상식 등을 듣는 '사부의 사부에게 묻다' 시리즈를 연재, 그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볼 예정이다. <편집자 주>
지난달 21일 방송된 '낭만닥터 김사부2' 6회에서는 차은재(이성경 분)가 칼에 베여 쓰러지는 장면이 연출됐다.
차은재는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한 이주여성을 발견, 도와주며 남편에게 따져 물었다.
이에 남편은 차은재의 멱살을 잡고 행패를 부렸고, 급기야 피해 여성은 분노해 자신의 남편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칼은 막아선 차은재의 목 부위를 향하면서 깊은 상처를 입혔다.
다행히 돌담병원의 의료진들이 서둘러 응급처치한 덕분에 차은재는 위험한 순간을 넘겼다.
이처럼 의료진들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종종 폭행사고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치료중 숨진 환자의 유족이 병원 측 과실을 주장하며 의료진 등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망 환자 유족 2명은 진료 중이던 의사 A씨를 집기류 등으로 때리고 말리던 간호사와 환자까지 폭행했다.
이들은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 8월 숨진 80대 노인의 유족으로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며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을 당한 교수는 머리와 얼굴, 손 등을 다치고 정신적 충격을 받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병원 측은 이들이 지난 9월에도 다른 의사 진료실을 찾아가 욕설을 하는 등 난동을 부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가해자들은 사건 당일 출동한 경찰에 인계돼 조사를 받았고, 이 가운데 1명은 결국 구속됐다.
이에앞서 지난 2018년 12월 말에는 강북삼성병원의 임세원 교수가 정신과 진료 상담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을 수차례 찔려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의료진 폭행 사건과 관련해 순천향대 천안병원 송금종 교수는 "우리나라는 과거에 꼭 의료현장 뿐만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에서 물의를 일으키거나 잘못을 해도 어느 정도 적당히 용인해주는 이른 바 '온정주의'가 강했다"면서 "특히, 아픈 환자들이나 그 보호자들의 경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고 피폐해져 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러한 행동들에 대해 관대하게 대해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송 교수는 "드라마에서와 같이 의료진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폭력이 만연해지고 응급실에서나 진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폭력으로 인해 의료진 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들까지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전공의 시절 보호자와 면담중에 병동에서 폭언과 위협을 당했던 기억, 그리고 교수가 되어서도 진료실에서 무차별적인 욕설을 당했던 기억들이 몇 차례 있다"고 전했다.
송 교수는 병원내 폭행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상호간 존중이 바탕되어야 하고 때에 따라선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송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가 무조건 약자가 되어서도 안되지만, 반대로 의료진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을 알고 서로 존중해주는 문화가 요구된다"며 "특히 밤낮없이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에 대한 폭언이나 폭행 등은 가장 먼저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송 교수는 "다른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이러한 의료진 폭행이나 일부 술 취한 사람들의 난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 다른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게 강력한 행정적인 조치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진료실에서 환자·보호자 등으로부터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의사는 전체 2034명 중 1455명으로 71.5%에 달했다.
폭언 또는 폭력을 경험한 의사 가운데 약 15%는 실제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에는 봉합이나 수술, 단기간의 입원, 심지어 중증외상이나 골절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은 경우도 있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단순 폭언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폭력에 노출되는 비율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진료실에서의 폭언과 폭력을 1년에 한두번은 경험한다는 의사회원의 비율은 50%가 넘은 것으로 나타나 병원내 폭행의 심각성을 더했다.
하지만 실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비율은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폭언·폭력을 당한 이후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적으로 대응한 회원은 28%를 차지했지만, 이 가운데 실제 실질적인 처벌에 이른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찰이나 사법 관계자의 설득 또는 권유로 인해 의사 본인이 고소, 고발 등을 취한 것이 가장 많았다.
의사협회는 "이전에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 대해서는 의사가 분명하게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진료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의료법 중 '반의사불벌죄(피해자 의사에 반하면 처벌할 수 없는 죄)'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