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국제대회, 연습경기 활약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고 있는 강이슬.
여자프로농구 국가대표 휴식기 후, 신바람을 내고 있는 팀이 있으니 부천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치열한 3위 싸움을 벌이고 있어 매 경기가 결승전인데, 휴식기 후 열린 두 경기를 모두 쓸어담았다. 16일 강적 청주 KB스타즈를 잡는 파란을 일으키더니, 19일에는 3위 경쟁팀 용인 삼성생명도 격파했다.
그 중심에는 에이스 슈터 강이슬이 있었다. 강이슬은 KB스타즈전에서 3점슛 5개를 성공시키며 21득점 했다. 삼성생명전에서는 무려 32득점을 폭발시켰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두 경기를 보면 아우라가 다르게 느껴졌다. 슛에는 자신감이 넘쳤고, 돌파에도 여유가 흘렀다. 뭔가 한 단계 올라선 선수가, 넓은 시야로 코트를 휘젓는 느낌을 줬다. 원래 하나은행의 에이스였지만, 터질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기복 차이가 너무 심하고 공격에서 무리한 느낌을 줄 때가 많았는데 그 모습들이 사라졌다. 물론, 두 경기만으로 완전 달라졌다고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어찌됐든 하나은행과 이훈재 감독은 고무적이다.
프로 선수들은 종목을 막론하고 국제대회 경험을 하고 오면 "자신감이 생기고, 시야가 넓어진다"고 말한다. 강하고, 두렵게 느껴지는 상대들을 만나 좋은 플레이를 하면 자기도 모르게 업그레이드가 되는 효과가 있다. 강이슬의 경우 올림픽 티켓이 걸린 영국전에서 3점슛 6개 포함 26득점을 기록하며 영웅이 됐다. 영국 선수들도 피지컬이 강하고, 개인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었다. 이 선수들을 만나서 주눅들지 않고 플레이를 했으니, 자신보다 기량과 신체에서 처지는 선수들이 많은 리그 경기에서는 당연히 자신감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제대회의 경험, 승리가 중요하다. 또 연습경기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국가 선수들과 실전을 치러봐야 국제대회에 나가서도 '쫄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다. 낯설고 강한 상대를 만나 얼어붙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패한다면, 국제대회라고 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극히 미미하다. 이기면 좋고, 지더라도 당당히 맞서 싸우고 나와야 배우는 게 생긴다.
여자농구 대표팀은 12년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감독의 지도력과 협회 지원 문제 등으로 시끄러웠다. 선수들이 줄기차게 얘기하는 건 연습경기나 전지훈련 일정을 잡아달라는 것이었다. 스페인이 세계랭킹 3위라고 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막상 붙어보니 충분히 해볼만한 선수들이었다는 걸 뒤늦게 돌이켜보면 선수들도 울화통이 치밀었을 것이다.
올림픽 1승도 중요하고, 새 감독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이슬 효과를 보며 당장 선수들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