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맨시티가 재정적 페어플레이룰(FFP) 위반으로 향후 두 시즌간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유럽클럽대항전(유럽챔피언스리그(UCL), 유로파리그)에 나서지 못한다.
UEFA는 15일(이하 한국시각)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클럽재정관리위원회(CFCB)는 맨시티가 제출한 2012~2016년 계좌 내역과 손익분기 정보에서 스폰서십 수입이 부풀려졌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모든 증거를 검토한 결과 맨시티가 UEFA 클럽 라이선싱과 FFP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UEFA는 맨시티에 대해 2020~2021, 2021~2022시즌까지 향후 2시즌 동안 UEFA가 주관하는 유럽클럽대항전 출전 금지와 함께 3000만유로(약 385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UEFA는 지난해 3월부터 맨시티의 FFP 규정 위반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FFP는 구단이 벌어들인 돈 이상으로 과도한 돈을 선수 영입 등에 지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2018년 11월부터 축구 폭로 매체인 '풋볼리크스'는 맨시티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맨시티가 FFP 규정 위반을 피해가기 위해서 후원 계약을 실제보다 부풀려서 신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맨시티는 "맨시티의 명성을 손상시키기 위핸 조직적이며 명백한 시도"라며 반박했다. 결국 UEFA는 맨시티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결국 맨시티가 FFP 규정을 어겼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FFP 위반 혐의를 받던 파리생제르맹은 2018년 6월 무죄처분을 받았다. 카타르 자본을 등에 업은 파리생제르맹은 네이마르, 킬리앙 음바페 등을 데려오는 등 맨시티 이상의 투자를 한 구단이다. 때문에 '맨시티 역시 무죄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오래전부터 UEFA의 곱지 않은 시선을 눈치 챈 맨시티는 일찌감치 이번 조사에 대비한 바 있다. 하지만 UEFA의 결정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정작 맨시티는 "어느정도 예상했다"며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일단 맨시티는 발빠르게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이다. 구단 수뇌부는 징계 발표 한 시간만에 선수단을 소집해 분위기 진화에 나섰다. 벌써부터 이어지고 있는 선수들의 이탈 루머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겨울 휴식기를 맞아 휴가를 보내던 선수단은 급하게 맨체스터행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맨시티는 UEFA의 결정에 대해 반발하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 항소를 결정했다. 맨시티는 성명을 통해 "UEFA가 조사 시작부터 결론까지 편파적인 행정 절차를 펼쳤다"라며 "구단은 최대한 빠르게 CAS에 항소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UEFA가 징계를 미룰 수 있다, 맨시티가 리그2(4부리그)로 강등될 수 있다 등의 이야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역시 관심의 초점은 향후 선수단의 거취다. 맨시티는 수년간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지금의 스쿼드를 만들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맨시티 스쿼드 투자액은 10억1400만 유로(약 1조3350억원)에 이른다. 파리생제르맹, 레알 마드리드, 맨유, 유벤투스 등을 넘는 최고액이다. 클럽축구에서 선수단 몸값 총액으로 10억 유로를 넘긴 구단은 맨시티가 처음이다. 케빈 더 브라이너, 라힘 스털링, 베르나르두 실바, 세르히오 아게로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한데다, 이들을 이끄는 감독 역시 '세계 최고' 펩 과르디올라다.
맨시티 선수들에게는 돈만큼이나 세계 최고의 무대인 UCL이 중요하다. 이들이 맨시티에 온 가장 큰 이유는 돈이지만, 유럽을 넘어 세계 최고로 향한다는 맨시티의 비전 역시 큰 몫을 차지했다. 지금 맨시티는 역사나 철학으로 만든 팀이 아니다. 승부조작 스캔들로 인한 징계로 강등된 팀을 지켰던, 알렉산더 델 피에로, 잔루이지 부폰 같은 선수들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게다가 참가비, 상금, 티켓값, 중계권료 등 UCL은 맨시티 재정의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다. FFP 위반으로 더이상 편법이 불가능해진 맨시티는 슈퍼스타들에게 지급할 돈줄이 막히게 됐다. 이번 UEFA 징계로 맨시티가 공중분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징계 전부터 팀을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과르디올라 감독의 이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은 벌써부터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어찌어찌 이들을 지킨다고 하더라도, 예년과 같은 위상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2년간 UCL에 나서지 못하면, 현재 유럽리그 6위인 맨시티는 20위 밖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복귀시 낮은 시드를 배정받게 돼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속임수를 통해 우승을 샀다는 식의 이미지 추락은 치명적이다. 맨시티가 CAS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일단 만수르 구단주는 계속해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이번 징계를 되돌리기 위한 노력도 계속할 생각이다. 영국 일간지 더선은 '이번 징계 발표 후 곧바로 칼둔 알 무바라크 맨시티 회장이 만수르 구단주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만수르 구단주는 투자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만수르 구단주는 맨시티 인수 후 다양한 투자를 이어가며, 향후 수익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전한 바 있다. 데일리미러는 '만수르 회장이 UEFA와 법적 싸움을 위해 세계 최고의 변호사 50인을 고용하는데 3000만파운드(약 46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징계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만약 UEFA가 잉글랜드에 계속 4자리를 허용할 경우 5위팀까지 UCL 티켓을 받게 된다. 2위 맨시티(승점 51)가 빠질 경우 톱5 전쟁이 펼쳐지게 된다. 5위 셰필드(승점 39)에서 14위 크리스탈팰리스(승점 30)까지 승점차가 불과 9점에 불과하다. 이 사이에 걸쳐있는 팀이 무려 10팀, 이들간의 불꽃 튀는 전쟁이 예상된다. 맨시티 선수들 영입을 위한 물밑 전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