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올시즌 5명의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 대표 선수들이 K리그 무대를 누빈다. FC서울의 핵심 공격형 미드필더 알리바예프, K리그2 MVP 후보 출신 아슐마토프(광주FC)를 비롯해 도스톤벡(부산 아이파크), 이스칸데로프(성남FC) 등이다. 2부팀 FC안양도 기요소프를 품었다. 우즈벡 출신들이 간혹 K리그를 노크한 적은 있지만,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모여든 건 제파로프, 게인리히, 카파제가 줄줄이 한국땅을 밟은 2010년대 초반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우즈벡 열풍이 불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뭐니뭐니 해도 '가성비'가 첫손에 꼽힌다. 쉽게 설명해 우즈벡 선수들의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브라질, 유럽 등 외국인 쿼터로 영입하는 선수들에 비하면 이적료 및 연봉이 싸다. 국내선수들보단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용병'을 영입한 비용치곤 합리적이란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알리바예프와 지난시즌 광주의 다이렉트 승격을 이끈 아슐마토프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간 K리그 팀들은 아시아 쿼터로 경기를 조율해줄 일본 출신 미드필더, 호주 출신 센터백들을 원했다. 최근 일본 선수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호주 출신들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면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관계자는 "FIFA 랭킹을 보자. 위에서부터 보면 일본(28위)은 몸값과 반일정서 때문에 선뜻 영입에 나서길 꺼리고, 이란(33위) 선수들은 한국으로 잘 오려고 하지 않는다. 카타르(55위) 사우디(67위) 이라크(70위) UAE(71위) 등 소위 '오일머니'를 받는 중동팀 선수들의 연봉은 맞추기 어렵다. 라마단 등의 문제 때문에 적응도 어려워한다. 자연스럽게 다음 순번이 우즈벡(85위)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K리그에 입성한 승격팀 부산이 영입한 도스톤벡, 성남 미드필더 이스칸데로프, 안양 윙어 기요소프 모두 현역 우즈벡 대표다.
짜집기한 영상으로 봤거나, 누구의 추천을 받지 않고, 직접 눈으로 확인한 선수란 점도 우즈벡 열풍이 일어난 배경 중 하나다. 다음시즌 K리그 무대를 누비는 우즈벡 선수 중 상당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에서 한국을 상대했다. 알리바예프, 아슐마토프, 도스톤벡은 선발로 뛰었고, 기요소프는 후반 교체투입됐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알리바예프는 아시안게임에서 (당시 해설위원으로 현장에 있던)내가 직접 지켜봤다"고 말했었다. 이들은 우즈벡 내에서 소위 '황금세대'로 불린다. 2018년 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즈벡의 깜짝우승을 이끌면서 잠재력과 실력을 인정받았다.
적응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부터 K리그에 온 우즈벡 선수들은 보면 거친 리그에 잘 적응했다. 축구인 사이에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 '내구성이 좋다'. 그렇다 보니 대박을 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브라질 선수에 비해 실패할 확률이 현저히 적다"고 말했다. '개인주의' 성향과 '기복'을 특징으로 꼽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지난시즌 서울과 광주의 성공사례는 아슐마토프와 같은 센터백, 알리바예프와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윙어를 아시안 쿼터로 채우려는 다른 구단들에 확신을 심어줬다. 포항 스틸러스도 이적시장 초반 우즈벡 선수 영입에 매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한 우즈벡 선수를 경험한 구단 관계자는 "우즈벡 선수들은 아무래도 중국 상하이 상강에서 뛰는 아메도프를 바라볼 것이다. K리그를 교두보 삼아 우즈벡 에이스인 아메도프처럼 '대박'을 치려는 생각으로 K리그에서 열심히 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아슐마토프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권 선수들에게 K리그는 매력적인 리그"라며 "실력 있는 나의 우즈벡 친구들이 이곳에 많이 오게 돼 기쁘다. 적응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