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타운(호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LG 트윈스가 스프링캠프 본부로 사용하는 호주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의 추억이 묻어있다.
블랙타운 메인 야구장은 시드니올림픽 당시 야구 종목 보조경기장이었다. 주 경기장은 시드니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시드니 야구장의 관중석 규모가 2만1500석이고, 블랙타운 야구장은 3000석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차이가 느껴진다.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예선 경기에서만 활용됐다. 당시 김응용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도 블랙타운 야구장에서 예선 전체 일정 중 3경기를 치렀다. 풀리그로 치러진 예선에서 이탈리아를 가장 먼저 블랙타운 야구장에서 상대해 10대2로 대승을 거뒀고, 선발 임선동의 부진 이후 타선 집중력 그리고 손민한의 경기 마무리로 승리를 완성했다.
네덜란드전과 남아공전도 블랙타운야구장에서 치러졌다. 네덜란드전에서는 당시 대표팀 투수 가운데 컨디션이 가장 좋았던 박석진이 선발로 등판해 8이닝 무실점이라는 무결점 투구를 펼쳤고, 임창용이 세이브를 기록했다. 당시 한국대표팀은 2대0 승리를 추가했다. 남아공전도 승리였다. 약체인 남아공을 상대로 이승엽 김기태 홍성흔 등 주축 타자들이 맹타를 터뜨리면서 13대3 콜드게임승을 추가했다.
예선 라운드에서 3위를 기록한 한국은 결선라운드에서 미국에 2대3으로 패하며 아쉽게 결승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숙적'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0-0 균형을 깨는 3득점 그리고 선발 구대성이 9이닝 1실점이라는 154구 완투승을 기록하며 역사상 첫 올림픽 야구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야구 역사에 큰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동메달을 확정지은 메달 결정전은 규모가 큰 시드니 야구장에서 치렀지만, 블랙타운 야구장은 예선에서 거둔 4승 중 3승을 얻은 곳이자 역사의 첫걸음이 시작된 장소였다. 지금도 LG의 훈련장인 블랙타운야구장 곳곳에 시드니올림픽의 추억들이 묻어있다. 건물 입구에는 당시 야구 종목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수상자들의 이름이 빠짐없이 새겨져 있다. 현재 LG 타격코치인 이병규 코치의 이름도 보였다.
블랙타운 야구장은 과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경기장으로도 쓰였고, 현재 호주프로야구 소속팀인 시드니 블루삭스가 홈구장으로 쓰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2월이면 LG가 전지 훈련장으로 사용 중이다. 20년전의 추억을 간직한채 지금도 잘 관리되고 있다. 올림픽에 쓰였던 경기장 활용의 좋은 예다.
블랙타운(호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