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4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대회다. 2006년 처음 시작됐고, 어느덧 5회 대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MLB 사무국은 29일(이하 한국시각) 2021WBC 예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대회 성적에 기반해 한국, 호주, 캐나다, 중국, 대만, 콜롬비아,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미국, 베네수엘라까지 총 16개팀은 자동 본선진출 확정이고, 그 외 6개팀이 본선 티켓을 두고 예선전을 치를 예정이다. 예선에서는 1조(브라질 프랑스 독일 니카라과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2조(체코 영국 뉴질랜드 파나마 필리핀 스페인)로 나뉘어 변형 패자부활전을 가미한 녹아웃 방식으로 승부를 펼치고, 각조 2개팀씩 총 4개팀이 본선에 합류한다. 따라서 20개국 팀이 본선에서 WBC 우승을 향한 여정에 나설 예정이다.
본선 20개팀은 WBC 대회 역대 최다. MLB 사무국은 '역대 최대 규모'에 주목하며, '야구의 세계화'라는 대회 본래 취지를 강조하며 본격적인 규모 키우기에 나섰다.
정작 본토 반응은 미지근하다. WBC라는 대회 자체 주목성이 떨어진다. WBC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은 국가간 라이벌 구도가 형성돼 있는 한국, 일본, 대만 같은 아시아 일부 지역과 야구 열기가 뜨거운 중남미 국가들이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의 참가도 저조하다.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같은 중남미 출신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참가하기도 하지만, 실제 대부분 선수들은 시즌 개막 직전 부상을 염려하며 참가하기를 꺼린다.
메이저리그의 중심지인 미국 대표팀이 대부분 마이너리거, 아마추어 선수들로 꾸려진다는 점도 팬들의 관심을 떨어뜨린다. 실제 뉴욕 양키스 등 몇몇 구단들은 고연봉 선수들의 부상 관리를 이유로 WBC 참가를 불허한다. WBC는 WBSC(세계야구소프트볼 총연맹)가 주관하는 '프리미어12'와의 차별점으로 MLB 사무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뛸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실제 1,2회 대회때는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이 참석했지만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핵심이 돼야 할 미국 대표팀부터 '올스타'가 아니다보니, 다른 참가 국가들도 예전보다 열기가 떨어진다. 한국, 일본에서도 시즌 개막 직전에 열리는 WBC에 대한 부담은 상당히 크고, 최정예 멤버를 꾸리기가 갈수록 힘들다.
미국 내에서도 WBC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스프링캠프 기간과 WBC가 겹치는만큼 시즌 종료 후로 일정을 옮기자는 목소리가 가장 많고, 대회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여 최강팀을 가리자'는 WBC의 취지가 현재 흐름으로는 유명무실하다는 비판 여론 때문이다.
어쨌든 MLB 사무국은 5회 대회 역시 2021시즌 개막 직전인 내년 3월 본선을 치를 예정이다. MLB 선수 노조 운영 책임자인 레오노르 콜론은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세계 최고 선수들이 다 함께 모이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 대회에 참가하는 많은 선수들이 WBC 출전 경험에 영감을 얻어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국가 대표로 출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흥행 고전을 면치 못하고있는 WBC가 내년 대회에는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