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하정우와 김남길이 완성한 잘 빠진 한국식 오컬트 영화가 탄생했다.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클로젯'(김광빈 감독·각본, ㈜영화사 월광·㈜퍼펙트스톰필름 제작).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하정우, 김남길, 김광빈 감독 참석했다.
'클로젯'은 거대한 저택과 이유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초자연적 현상, 그리고 의문의 벽장이라는 영화 속 모티브는 할리우드 오컬트 영화를 떠오르게 하지만, 여기에 굿판, 부적, 지푸라기 인형 등 한국식 공포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소재들이 결합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호러 영화를 탄생시켰다. 또한 영화는 호러라는 장르 속에서 '방치된 아이들'이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다루며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데만 급급하는 호러 영화와 결을 달리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하정우와 김남길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어떤 장르의 영화에서도 특유의 유머 감각을 보여줬던 하정우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어린 딸을 가진 예민한 아버지 역을 맡아 웃음기를 쫙 뺀 모습을 보여준다. 수많은 영화에서 수많은 캐릭터를 보여준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여줄게 많이 남아있다는 걸 증명하는 하정우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하정우 식 너스레'를 그대로 이어받은 듯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김남길은 초반에는 가벼우면서도 귀엽고 색다른 퇴마사의 모습을 완성했다. 자칫 무겁게만 흘러갈 수 있는 영화의 유쾌한 호흡을 불어넣어준다. 영화의 후반에서는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찾고 해결해나가려는 퇴마사의 묵직한 모습까지 보여주며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살려냈다.
이날 시사회에서 메가폰을 든 김광빈 감독은 '클로젯'을 통해 아동 학대의 문제를 꼬집은 것에 대해 "'아동 학대'라고 딱 규정을 짓기 보다는 현대 가족상에 대한 시선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이을 열었다. 이어 '벽장'이라는 소재를 언급하며 "어느 날 자다가 눈을 떴을 때 보였던 벽장을 보고 그걸 통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하다가 제가 하고 싶었던 가족 이야기와 연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동시 녹음 감독으로 참여했던 '용서받지 못한 자'(2004, 윤종빈 감독)에서 호흡을 맞췄던 하정우와 연출자와 주연 배우로 재회한 것에 대해 감격스러운 마음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15년 전에 하정우 형과 언젠가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을 했었는데, 제가 군대에 있을 때 내무반에서 TV에서 형이 스타가 되가는걸 보면서 '나만의 꿈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제가 꿈꾸던 일이 현실이 돼 행복하다. 그리고 김남길 배우님도 함께 하게 돼 기쁘다. 꿈이 이루어진 느낌이다"고 말했다.
하정우 역시 김광빈 감독과 재회를 만족해하며 "2004년 '용서받지 못한 자'는 대학 졸업 작품이다 보니까 모든 제작진이 1인 2역을 해야만 했다. 저는 주연 배우이자 동시녹음 장비를 실고 다니기도 했다. 장비를 차에 실고 김광빈 감독님을 댁인 일산까지 모셔다드리고 그랬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용서받지 못한 자'가 학생 영화이다 보니까 현장에 스태프들이 꾸준히 있는 게 아니라 스태프들이 시간이 될 때마다 시간을 매워주는 시스템이었는데 김광빈 감독님은 입대하기 전까지 쭉 현장을 지키셨고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그때 김광빈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때 저도 아무것도 아닌 신인 배우였는데 함께 상업영화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꿈을 꿨다. 그런 꿈이 15년 만에 이뤄져서 뭔가 해냈다, 꿈을 이뤘다는 느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김광빈 감독과 하정우의 말에 김남길은 "김우형과 김광빈 감독님의 우정으로 현장에서 제가 소외받는 기분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김남길은 극중 영매이자 퇴마사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김광빈 감독과 많은 아이디어를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주문을 하고 퇴마에 사용되는 북에 대한 것들을 함께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어떤 종교적인 것들에 대한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감독님과 함께 종교적인 색깔을 피하려고 했다. 그 주문을 찾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며 "해외의 여러 가지 구마 의식에 관한 영화도 많이 찾아보고 만화도 찾아보면서 감독님과 함께 캐릭터에 대해 익혔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남길은 오컬트 장르를 택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이런 장르가 소외받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외의 확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동료 배우들이나 선배님들과도 많이 니야기를 나눴다. 사실 제가 공포 영화를 잘 못 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로젯'은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통해 훌륭한 연기 호흡을 보여준 하정우와 김남길은 서로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도 만족해했다. 극중 누차 연급되는 '공명 주파수'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하정우는 "김남길 배우와 공명 주파수는 대체적으로 잘 맞아서 무난하게 진행됐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사실 남길이하고 제가 둘 다 활달한 편이라서 코미디 드라마나 밝은 장르에서 만났더라면 조금더 재미있게 큰 즐거움을 드릴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다. '클로젯'은 웃음기가 없는 영화라서 절제하는 라 힘들었다"고 말했다.이어 김남길은 "영화를 보면서 앞부분은 조금 더 재미있게 갔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에 방해가 될까봐 자제한다고 자제했다"며 "정우 형과 공명 주파수는 잘 맞았다. 극중 코믹스러운 모습은 평소 정우형을 바라보면서 준비했다. 먹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한편, 단편영화 '자물쇠 따는 방법', '모던 패밀리'를 연출한 김광빈 감독의 첫 번째 장편 데뷔작이다. 하정우, 김남길, 허율 등이 출연한다. 2월 5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