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그야말로 스크린을 찢어버린 신 스틸러가 탄생했다. '독립영화계 하정우'로 통했던 배우 서현우가 범죄 영화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젬스톤픽처스 제작)을 통해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며 관객의 눈도장을 찍었다.
52만부 이상 판매된 김충식 작가의 동명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영화화한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등이 가세했고 '내부자들' '마약왕'의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올해 설 텐트폴 영화로 등판, 첫날부터 흥행 1위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화제를 모은 '남산의 부장들'은 개봉 3일 만에 100만, 5일 만에 200만, 6일 만에 300만 기록을 연이어 돌파하며 설 영화 최강자로 등극했다. 설 연휴가 끝난 1월 마지막 주 스크린 역시 1위를 수성하며 단번에 4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남산의 부장들'은 관객의 입소문에 힘입어 본격적인 N차 관람에 돌입, 장기 흥행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남산의 부장들' 장기 흥행의 원동력은 반복해 봐도 질리지 않는 쫀쫀한 배우들의 연기 밀도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캐릭터 맛집'이라고 손꼽힐 정도로 빈틈 없는 열연을 펼친 배우들의 앙상블이 관객에게 관전 포인트로 꼽히면서 N차 관람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극의 중심인 김규평 역의 이병헌을 주축으로 박통 역의 이성민, 박용각 역의 곽도원, 곽상천 역의 이희준, 데보라 심 역의 김소진 등 충무로 최고의 연기 장인들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알맞게 맞물려 묵직하고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비단 주연 배우들의 활약이 다가 아니다. '남산의 부장들'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허를 찌르는 신 스틸러의 등장으로 더욱 큰 재미를 끌어 올린 것. 우민호 감독은 주요 캐릭터와 적절한 균형을 맞추면서 이따금 맛을 살리는, 약방의 감초를 곳곳에 투입, '남산의 부장들'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 특히 '남산의 부장들'에서 회자되고 있는 신 스틸러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보안사령관 전두혁 역을 소화한 서현우다. 실존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완벽한 비주얼로 등장부터 '헉' 소리 나게 만든 '신의 한 수'였던 전두혁 역의 서현우는 마치 '내부자들'(15, 우민호 감독)의 조상무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조우진처럼 '남산의 부장들'을 씹어 삼켰다.
앞서 전두혁 역할을 맡은 서현우는 오랫동안 스크린에서 조·단역을 가리지 않고 다작하며 내공을 쌓은 충무로의 소문난 실력파 배우다. '연기 명문'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인 서현우는 2011년 개봉한 공포 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김곡·김선 감독)를 시작으로 '고지전'(11, 장훈 감독) '러브픽션'(12, 전계수 감독) '관상'(13, 한재림 감독) '소원'(13, 이준익 감독) '끝까지 간다'(14, 김성훈 감독) '베테랑'(15, 류승완 감독) '터널'(16, 김성훈 감독) '택시운전사'(17, 장훈 감독) '1987'(17, 장준환 감독) '독전'(18, 이해영 감독) '죄 많은 소녀'(18, 김의석 감독) 등 수많은 흥행작에서 열연을 펼쳤고 또 최근엔 '백두산'(19, 이해준·김병서 감독) '해치지않아'(20, 손재곤 감독)로 관객과 만났다. 상업 영화뿐만 아니라 독립 영화 '병구'(형슬우 감독)로 후쿠오카 독립영화제 대상을, 단편 '백천'(신동영 감독)으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받는 등 연기력을 입증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남산의 부장들'에서 도드라지는 연기력으로 빛을 보게 된 서현우다. 서현우는 12.12군사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잡고 5.17 내란을 통해 11대, 12대 대통령이 된 실존 인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캐릭터화한 전두혁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위해 6개월 가까이 머리를 밀고 지냈다는 후문. 캐릭터에 동화된 서현우의 열정 덕분일까. 그의 등장만으로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물론 마음을 들끓게 하는 감정과 몰입을 자아낸다. 여기에 분노를 자아내는 엔딩까지 선사한 서현우는 2020년 스크린을 뜨겁게 달굴 비범한 신 스틸러, 그리고 더 나아가 관객의 마음을 훔친 '심(心) 스틸러'의 탄생을 제대로 알렸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