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KIA 타이거즈의 좌완투수 김기훈(20)은 광주동성고 시절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직구를 뿌렸다. 요즘 젊은 투수들에게 150km는 더 이상 꿈의 숫자는 아니지만, 김기훈은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안정된 제구와 공격적인 피칭으로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서준원(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동급 최강이라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프로 데뷔시즌이었던 지난해 직구 구속이 확 줄었다. 야구통계 전문업체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4일 LG 트윈스와의 프로 데뷔전(144.5km), 4월 26일 키움 히어로즈전(140.5km), 8월 1일 SK 와이번스전(141.9km) 등 불펜으로 던졌던 세 경기에서 평균 직구 구속이 140km대를 넘겼을 뿐 선발로 등판한 16경기에선 대부분 평균 130km대 중후반대를 찍었다.
김기훈의 지난 시즌 경기당 직구 구사율은 최소 54.1%에서 최대 93.1%였다. 모든 공을 150km대로 던지긴 힘들다. 다만 평균 구속이 떨어지면서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와의 격차가 줄어들어 타자들을 현혹시키는데 실패했다.
결국 제구 난조 때문에 구속 저하가 발생했다. 들쭉날쭉한 제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부러 구속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당시 팀을 이끌었던 박흥식 감독대행은 "기훈이가 제구력이 필요하니깐 구속을 줄이면서 제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제구가 잡히면 제 구속으로 던질 수 있다. 몸에 이상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마지막 등판 때까지 구속 증가 변화는 없었다.
김기훈이 2020시즌 도약을 위해선 칼날 제구력을 되찾은 것이 먼저다. 무엇보다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 좌완 투수들의 무기가 될 수 있는 바깥쪽 제구력을 장착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시즌 직구 구사율을 스트라이크존 위치로 살펴보면, 가장 높은 비율이 존 하단에 형성돼 있다. 바깥쪽 직구 구사율은 3.9%로 가장 낮았다. 결정구인 체인지업은 바깥쪽에 많이 형성되긴 하지만 직구는 그렇지 못했다. 핀포인트 직구를 가지고 있어야 상대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반발력이 하향조정 됐기 때문에 타자들이 불리해진 상황에서 제구만 되면 '투고타저' 시대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