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키움 히어로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둥지를 옮긴 장영석(30)은 뒤늦게 만개한 대기만성형 타자다. 2009년 2차 1라운드에 뽑힐 정도로 대형 내야수 유망주였지만 기대치를 밑돌았다. 2011년에는 투수 전향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 두 경기 등판이 장영석 투수 커리어의 전부였다. 이듬해 타자로 다시 돌아왔다. 그만큼 야구가 잘 되지 않았다.
잠재력은 터질 듯 터지지 않았다. 2015년 제대 후에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장영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자신에게 찾아올 기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바라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시즌에 돌입하기 전 붙박이 주전 3루수 김민성이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장영석은 김민성의 공백을 메울 대체 자원으로 출전기회를 받기 시작했다.
장영석의 야구인생에 꽃이 피었다. 2017년 60경기만 소화하면서도 12홈런으로 장타력을 입증했던 장영석은 지난해 119경기에서 타율 2할4푼7리 92안타 7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안타 대비 타점이다. 안타 92개 중 67.4%가 타점으로 연결된 것이다. 개막 이후 5월 7일 LG전까지 38경기에서 무려 39타점을 배달하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렇게 달성한 62타점은 지난 시즌 키움에서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키움에는 제리 샌즈, 김하성 박병호 이정후 등 워낙 공격력이 좋은 타자들이 많아 62타점으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하지만 KIA에선 입지가 다르다. 62타점이면 최형우(86타점)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반발력이 하향조정된 공인구의 직격탄을 맞은 KIA 타자들은 루상에 주자만 쌓고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타점기계' 장영석은 KIA의 해결사 부재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줄 공격 옵션이 될 전망이다. KIA도 이런 장영석의 해결능력에 박준태에다 현금 2억원을 더 투자한 셈.
수비도 멀티가 된다. 3루수와 1루수를 볼 수 있다. 2020시즌 KIA의 핫코너는 또 다시 '무주공산'이다. 맷 윌리엄스 감독의 통찰력을 통한 현장의 판단이 우선되겠지만, 박찬호와 김선빈이 '키스톤 콤비'로 재정비될 경우 장영석이 주전 3루수를 꿰찰 가능성이 높다. 고장혁 황대인 등 기존 후보들과 선의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공수에서 장영석을 능가할 만한 능력을 가진 코너 내야수는 보이지 않는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