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화 이글스 김태균(38)이 자존심 회복을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김태균은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한화 측에 FA 1년 계약을 제안한 것. 1년 뒤 자신의 기량에 대해 재평가를 받겠다는 다짐이다. 사실상 백의종군에 나선 모양새다.
김태균은 "저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싶었다. 2년간의 부진을 만회하고,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다. '예전 김태균'을 보여드리는게 올해의 목표"라고 밝혔다.
'예전 김태균'에 부여된 핵심적인 가치는 장타력이다. 김태균은 바닥을 찍었다는 2019년에도 3할 타율(0.305)을 지켜내며 정교함만은 잃지 않았다. 3할8푼5리의 출루율은 2018년(0.358)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하지만 장타력 하락세가 심각했다. 김태균의 홈런 갯수는 2017년 17개에서 2018년 10개, 2019년 6개까지 줄어들었다. 장타율 역시 같은 기간 5할4푼5리에서 4할7푼6리, 3할9푼5리로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2002년 이후 17년만에 시즌 두자릿수 홈런, 장타율 4할에 모두 실패했다. 커리어 통산 타율 3할, 출루율 4할, 장타율 5할을 유지중인 김태균으로선 굴욕적인 성적표였다. 자신에게 지난 2016년 첫 FA 당시 4년 84억원을 안기며 '레전드' 대우를 한 소속팀 한화에도 미안할 노릇.
김태균은 2019년의 공인구 교체 여파에 대해 "그런 핑계는 대지 않겠다. 성적 하락은 제 잘못"이라며 변명하지 않았다. 김태균이 자신의 평가를 바꾸기 위한 기준은 어느 정도일까. 2016년 김태균은 홈런 15위(23개), 장타율 10위(0.569)였다. 지난해 홈런 부문 10위는 20개를 때려낸 양의지와 황재균, 장타율 10위는 4할9푼1리의 김하성이다. '김태균의 귀환'을 알리기 위해서는 20홈런, 4할 후반대의 장타율이 필요해보인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김태균과의 FA 협상에 대해 "다소 시간이 길어져서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처음부터 줄다리기 같은 건 없었다. 김태균은 소속팀에 대한 주인 정신을 가진 선수"라고 칭찬하는 한편 "스스로의 성적에 대한 동기부여를 설정하는 과정이었다"고 강조했다. 팀을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로서 '올시즌 한화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김태균은 오는 30일 미국 애리조나로 출발하는 스프링캠프 선수단에 합류, 2020시즌을 준비하게 된다. 김태균이 올시즌 '내가 돌아왔다'를 외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