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키움 히어로즈의 서건창이 KBO리그 사상 첫 200안타를 친 해는 2014년이었다. 당시는 9개구단 체제로 팀당 경기수가 128경기였다. 서건창은 128경기서 201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543타수 201안타로 타율이 3할7푼이었다.
이듬해인 2015년부터 10개구단 체제가 되면서 경기수가 늘어 팀당 144경기를 치르게 됐다. 2014년보다 16경기가 더 늘어 앞으로 200안타를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서건창 이후 200안타 고지에 오른 인물은 없었다.
2016년 최형우(당시 삼성)가 195개를 때려냈고, 2017년엔 롯데 손아섭이 193개를 쳤다. 2018년에도 최다안타왕 전준우(롯데)는 190개에 머물렀다. 경기수가 많아졌고, 타고투저가 됐는데도 200안타는 여전히 먼 곳에 있었다.
지난해 200안타가 이뤄질까 하는 희망이 있었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와 키움의 이정후가 최다안타왕 경쟁을 벌이면서 200안타 도전까지 함께 했다. 페르난데스가 197개를 쳐 193개에 머문 이정후를 제치고 최다안타왕에 올랐지만 역시 200안타에는 3개가 모자랐다. 그래도 1993년 해태 타이거즈 이종범이 기록한 196개를 넘어서며 역대 2위의 성적을 거뒀다.
200안타가 나오지 않는 걸림돌 중 하나는 역설적으로 144경기가 꼽힌다. 너무 경기수가 많다보니 체력적인 어려움을 많으며 오히려 200안타의 걸림돌이 됐다. 200안타를 치기 위해선 많은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체력은 필수다. 서건창이 200안타를 돌파했던 2014년은 9구단 체제여서 시리즈마다 한 팀은 쉬어야 했다. 평균 한달에 한번 꼴로 나흘을 쉬었는데 이것이 선수들의 체력관리엔 도움이 됐다. 144경기 체제에선 쉬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그만큼 더 체력 소모가 많아졌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타고투저의 시대가 안타의 소중함을 사라지게 했다. 전체 타율이 2할8푼이 넘는 타고투저의 시대. 안타가 흔하다보니 홈런이 훨씬 더 각광을 받게 됐다. 정확하게 치기보다 강하게 치는 것이 대세였다. 발사각도를 높여서 홈런을 많이 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반발력이 떨어져 홈런이 줄어든 지난해 200안타 경쟁을 했다는 점이 주목을 받게 한다. 정확한 타이밍에 타격이 이뤄지지 않으면 홈런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되다보니 점점 정확성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2020시즌 200안타 도전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경쟁을 했던 페르난데스와 이정후가 다시 맞붙는다. 공인구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손아섭 최형우 등 예전 최다안타왕의 탈환 시도도 궁금해진다. 안타왕 구도는 올시즌 어떻게 바뀔까. 201안타를 넘어서 새 역사를 쓰는 타자가 탄생할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