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KBO이사회는 지난 21일 샐러리 캡(팀 연봉 상한선) 시행안을 확정했다. 골자는 2021~2022년 외국인, 신인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 연봉(연봉, 옵션 실지급액, FA 연평균 계약금) 상위 40명의 평균 금액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한액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시행은 2023시즌부터다. 샐러리캡 상한액 초과 시에는 1회 초과 시 초과분의 50%의 제재금이 부과되며 2회 연속 초과 시 초과분의 100% 제재금과 다음연도 1라운드 지명권 9단계 하락, 3회 연속 초과 시에는 초과분의 150% 제재금과 다음연도 1라운드 지명권 9단계 하락의 제재를 받게 된다. 상한액은 2023시즌부터 3년간 유지되며, 향후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이사회에서 재논의 하기로 했다.
KBO 이사회가 샐러리 캡 시행의 명분으로 삼은 건 'KBO리그의 전력 불균형 해소'다. 자금력이 월등한 빅마켓 팀이 선수를 대거 영입해 전력을 강화시키는 것을 방지하고, 팀간의 지출규모를 동등한 수준으로 유지해 스몰마켓팀의 동기부여와 전력유지를 통해 리그 경기력 수준을 유지한다는 그림이다.
사실 샐러리 캡은 구단 단장들로 이뤄진 실행위원회와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의 의견이 엇갈린 사안이다. 지난달 실행위에서 논의될 때부터 반대 의견이 나왔었다. 지난해 12월 2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총회 투표에서도 샐러리 캡에 대한 내용을 전해들은 선수들이 반대표를 많이 던졌다는 후문이다. 구단이 주머니를 줄이겠다는데 새 규정에 환영할 선수는 없었을 것이다.
KBO는 이번 샐러리 캡 자체가 메이저리그 소프트 캡으로 분류되는 수준이라 선수들에게 큰 불편은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KBO 관계자는 "샐러리 캡 시행을 위해 국내 타종목을 비롯해 MLB, 비롯해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풋볼리그(NFL)의 사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프로스포츠란 큰 틀에서 생각해보면 '리그 전력 불균형'이라는 말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프로 무대는 '투자=성과(좋은 성적)'란 공식이 어느정도는 성립되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리그가 하향 평준화 될 수 있다. 종목을 막론하고 리그별로 통 큰 투자를 하는 팀은 많지 않다. 2~3팀이 그 리그를 이끌어간다. 그래야 그 팀을 지향점으로 삼아 중하위권 팀들도 투자의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렇게 시장에 투자가 이뤄져야 그 종목 산업은 더 발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평균의 법칙'을 따르다 보면 시장에 돈이 돌지 않게 되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리그로 되돌아온다.
자유경제 원칙보다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는 단점도 있다. 자유경제 흐름에 맡겨져 선수 계약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 리그가 독점적 권한을 행사해 선수 계약을 제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리그는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무차별하게 선수를 빼앗아가고 빼앗기고, 한 팀에서 스타들을 독식하는 현상은 없어질 수 있지만 선수이동이 활발해지지 않는 고착화로 오히려 전력의 하향 평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샐러리 캡 본래 의미도 퇴색될 수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