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역대급 흥행 돌풍을 일으킨 K리그, 그 기세는 겨울에도 이어졌다.
역대급 이적시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매년 겨울, 크고 작은 이적 소식으로 가득했지만, 올 겨울은 유난히 흥미로웠다. 루머와 오피셜 사이, 스토리가 이어지며 시즌 못지 않은 재미를 만들었다. 굵직한 이적도 많았다. 이제 각 팀들이 모두 동계전지훈련을 떠나며, 겨울이적시장도 슬슬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몇몇 자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팀들이 조각을 마무리했다. 그 어느해보다 뜨거웠던, 올 겨울 영입전쟁 각 팀의 성적표를 매겨봤다.
A+는 역시 단연 전북의 몫이다. 지난 시즌 마지막 대역전극으로 우승을 거머쥔 전북은 작정하고 나선 모습이었다. 채 시즌이 시작도 되지 않았지만, 영입전만으로 라이벌팀들의 의지를 꺾어버렸다. 지난 시즌 MVP 김보경을 울산에서 영입한 것을 필두로 쿠니모토, 오반석 구자룡 이수빈 등을 영입했다. 홍정호를 완전 영입했고, 남아공 국가대표 출신의 네덜란드리거 발트비크를 데려왔다. 이적설이 이어지던 손준호 김진수 김민혁 이 용 등 핵심 자원들을 모두 잔류시키며 지난 시즌 이상의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 벌써부터 '어우전(어차피 우승은 전북)'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전북은 겨우내 만든 막강한 전력을 바탕으로 202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포함, 트레블(리그+ACL+FA컵 우승 3관왕)에 도전할 계획이다. 다만 막판 로페즈의 이탈로 인해 측면쪽에 변수가 생겼다. 티아고까지 빠져나가며 두 외국인 쿼터에 누구를 더할 것인지가 전북 트레블 도전의 마지막 퍼즐이 될 전망이다.
전북 못지 않게 주목을 받은 팀이 있다. 강원이다. 강원의 겨울은 A학점을 받기에 충분하다. 강원은 지난 시즌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빌드업 축구, 이른바 '병수볼'이라는 히트상품을 만들었다. 올 겨울을 통해 '병수볼 시즌2'의 그림을 만들었다. 선수들의 면면만 놓고 보면 지난 시즌 이상의 성과가 기대된다. 고무열 신세계 이범수 김영빈 등을 영입한 강원은 임채민과 김승대로 방점을 찍었다. 영남대 시절 김병수 감독과 함께 하며, 김 감독의 철학을 누구보다 잘 아는, 리그 최고의 수비수와 공격수를 동시에 영입한 강원은 다음 시즌 다크호스로 손색이 없는 전력을 구축했다.
울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조현우 정승현 고명진 원두재, 비욘 존슨의 가세는 분명 플러스다. 원래 좋았던 후방은 안정감이 더해졌다. 장신 공격수 존슨의 존재로 최전방도 업그레이드된 모습. 하지만 김보경, 믹스의 이탈이 커 보인다. 둘은 지난 시즌 울산 축구의 핵이자, 차이를 만드는 선수들이었다. 울산은 아직 이 부분에 대한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대구, 광주, 인천은 무난한 겨울을 보냈다. 대구는 일단 국내외 클럽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던 세징야를 지켜낸 것만으로도 수확. 조현우의 공백이 있기는 하지만, 데얀의 가세로 향상된 득점력이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 승격팀 광주 역시 펠리페 등 빅클럽의 구애를 받던 선수들을 모두 지켰다. 베테랑들을 데려오며 안정감을 더했다. 인천도 무고사, 마하지, 케힌데, 부노자 등 핵심 외국인선수들이 그대로다. 장윤호 명준재 등 지난 시즌 임대생들의 공백을 메워줄 김준범 김준협 문지환 등 신입생들의 수준이 괜찮다는 평가.
서울, 수원, 포항은 지금까지는 다소 아쉬운 모습. 서울은 김진야 한찬희 외에는 이렇다할 보강이 없다. 아드리아노가 복귀할 가능성이 높지만, 전성기가 지났고 부상 이력도 있는 선수다. 수원은 김민우를 잔류시키고, 명준재, 핸리, 크르피치 등을 데려왔지만, 팀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특히 두 팀은 다음 시즌 ACL을 병행해야 하는데, 더블스쿼드와는 거리가 있다. 포항은 그토록 원하던 최영준 임대에 성공했지만 최영준의 파트너로 뛸 정재용과 이수빈이 이탈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에이스 완델손을 무조건 이적시킨다는 입장이라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성남은 겨울만 놓고보면 낙제점이다. 남기일 감독의 이탈만으로도 힘이 빠지는데, 수비축구의 핵심 중의 핵심 임채민 김동준까지 동반 이탈했다. 물론 양동현 권순형 등 베테랑이 더해졌지만, 객관적 전력에서는 12개 팀 중 가장 떨어져 보이는게 사실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