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두 '부산 사나이'가 아기 독수리로 새롭게 태어났다.
한화 이글스 신인 남지민과 한승주(이상 19)는 2020 신인 2차 지명 1~2라운드에서 한화의 선택을 받았다. 고졸 신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된다. 184~5㎝의 탄탄한 체격에 최고 140㎞ 중후반의 힘있는 패스트볼을 뿌리는 오른손 투수들이다.
지난해 남지민은 신생팀 부산정보고를 창단 이래 첫 전국대회 8강에 올려놓았고, 이후 청소년대표로 활약했다. 한승주는 부산고를 청룡기와 대통령배 4강에 진출시키며 에이스의 면모를 뽐냈다. 두 선수 모두 연고 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될 만큼 기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롯데는 1차 지명에서 최준용(19)을 선택했고, 남지민과 한승주는 한화 선수가 됐다. 1차 지명 신지후(19)와 함께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투수들이다.
지난 19일 한화의 2020시즌 프로필 사진 촬영 현장에서 남지민과 한승주를 만났다. 한화 선수가 된 소감을 묻자 "영광스럽다. 열심히 준비해서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겠다"며 '프로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두 사람이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야구가 너무 재미있어서'로 같았다. 묵직한 목소리에는 단단한 자신감이 어려 있었다.
"처음엔 동네 야구로 시작했어요. 하다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부모님한테 '정식 야구'를 하게 해달라고 졸랐죠. 양정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야구팀에 입단했어요. 그땐 3루수였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김백만 감독님이 '투수를 하는게 좋겠다'고 하셨죠. 그렇게 투수가 됐습니다(남지민)."
"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리틀야구단을 거쳐 수영초등학교 야구팀에 들어갔습니다. 투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부산고등학교 1학년 때 '내 자리는 마운드구나, 난 투수를 해야겠다'고 느꼈어요(한승주)."
한화 관계자는 "남지민과 한승주는 1차지명을 받기에도 충분한 투수들이다. 두 선수 모두 우리 팀에서 보유하게 된 것은 행운"이라며 "기본기가 좋고 밸런스가 탄탄하다. 신인답지 않은 안정감이 있고, 팀의 에이스로 활약해온 만큼 멘탈도 좋다. 잘 준비한다면 올시즌부터 바로 1군에서 뛸 수 있다"고 호평했다.
두 사람은 부모님이 모두 열렬한 야구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남지민의 부모님은 LG와 한화, 한승주의 부모님은 롯데 팬이었다. 이제 네 사람 모두의 응원팀은 한화로 바뀌었다.
남지민은 신인 2차 지명 당시 청소년 국가대표로 뛰느라 현장에 참석하지 못했다. 남지민은 "부모님한테 전화드렸더니 '됐다'고 하셨다. 막 좋아하는 티는 안 내셨지만 기뻐하시는 게 느껴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승주는 "전 현장에 있었다. 그날 아침에 부모님이 '(지명하는 팀이)롯데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한화 지명을 받았다. 부모님께서 '축하한다,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야구팬 특유의 페이소스가 가득한 얘기다.
남지민과 한승주는 지난 4일부터 서산 한화 훈련장에 합류,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때는 훈련이 길고 지루했다. 프로의 훈련은 훨씬 체계적이고, 시간이 짧고 분위기가 좋다"며 웃었다. 남지민이 "롤모델은 없다"고 답한 반면, 한승주는 "한국 투수 중엔 두산 이영하, 외국 투수 중엔 팀 린스컴을 좋아한다. 야구하는 모습이 멋지더라"며 웃었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물으니 남지민과 한승주의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번졌다. 두 사람 모두 웹드라마 '에이틴'의 열렬한 팬이다. 남지민은 배우 신예은, 한승주는 그룹 에이프릴의 멤버 겸 배우 이나은을 꼽았다. 서로에게 "다치지 말고 1군에서 자리잡자", "부상없이 1년 동안 함께 뛰자"며 다정한 덕담도 건넸다.
하지만 '올시즌 목표'를 묻자, 잠시나마 신인다운 미소로 가득했던 두 사람의 얼굴에 프로의 긴장감이 되살아났다.
"우선 부상없이 1년 동안 1군에서 뛰는 것, 선발로 자리잡는 것, 그리고 신인왕입니다. 도망가지 않고 정면승부하는 모습, 그리고 팬서비스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더 멋진 사인을 연습하고 있습니다(남지민)."
"일단 목표는 시즌 5승, 100이닝입니다. 불펜에서 프로 경험을 많이 쌓은 뒤엔 선발로 자리잡고 싶어요(한승주)."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