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21일 열린 2020년도 1차 이사회에서 일부 규정을 개정했다. 부상자명단 제도 신설, 외국인 선수 3인 동시 출전 가능, 1군 엔트리 증원 등 다양한 항목들이 있다. 그중에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야구 용품과 관련한 규정 개정이다.
KBO는 대표팀과 구단의 마케팅 권리 보호를 위해 용품 스폰서십 계약에 대한 선수단의 착용을 의무화하고, 위반시 제재하겠다는 내용을 향후 선수계약서에 넣기로 했다. 물론 선수 뿐 아니라 감독, 코치진도 마찬가지다. 이미 2020년도 계약이 대부분 완료됐기 때문에, 이 항목은 2021시즌부터 적용된다.
쉽게 말해 대표팀이나 소속 구단에서 경기를 뛸 때 스폰서 기업의 제품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국가대표는 물론이고 KBO리그 각 구단별로 유니폼과 야구 용품, 장비에 대한 공식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대부분 헬멧이나 배트, 글러브는 예외다. 의류, 신발이 주로 포함된다. 예를 들어, 두산 베어스는 현재 패션 브랜드 '휠라'와 1995년부터 25년째 유니폼, 연습복, 모자, 야구 장갑, 스파이크, 운동화 등 의류 스폰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바뀐 규정을 적용할 경우 두산 소속 선수가 휠라가 아닌 다른 패션 브랜드의 야구 장갑, 스파이크, 연습복을 입은 모습이 경기 중 노출되면 안된다.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불허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은 장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할때 신는 스파이크나 연습때 신는 운동화는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신어야 한다. 경기력을 좌우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대표팀, 소속팀에서도 스폰서십이 아닌 브랜드의 제품을 착용해도 된다. 대신 로고를 노출하지 않는 조건이다. 브랜드명이나 로고 모양을 가린 채 착용한다면 꼭 스폰서 제품이 아니어도 상관 없다.
KBO가 이런 규정을 추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동안 몇 차례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타 브랜드 제품을 착용한 모습이 방송 중계에 노출되면 계약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스폰서 기업의 항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최근 나이키 등과 10년짜리 대형 용품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다. 나이키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착용하는 유니폼과 훈련복, 점퍼, 신발을 독점 공급한다. 계약 조건 외의 제품은 선수 개인 스폰서 제품을 착용해도 상관 없지만, 유니폼이나 연습복, 신발은 무조건 나이키 제품을 써야 한다. 파나틱은 팬들에게 판매하는 메이저리그 상품을 독점 생산하고 있다.
관건은 선수들의 반응이다. 해왔던 방식이 아닌, 규제가 생기는만큼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조율점을 어떻게 찾느냐가 문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