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FA(자유계약선수)라고 해서 나만 생각하면 안돼죠"
두산 베어스 허경민에게 늘 그렇듯 올 시즌은 중요한 해다. 프로 데뷔 후 첫 FA 선언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에서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이제 어엿한 국가대표 3루수로도 자리를 잡고있다.
허경민의 최대 장점은 꾸준함이다. 잔부상에 시달릴 때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엔트리에 빠지지 않는다. 최근 4년동안 그는 꾸준히 13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지난해 성적도 133경기 타율 2할8푼8리(475타수 137안타) 4홈런 60타점을 기록하면서 제 역할을 했다. 공인구 반발 계수 조정으로 리그 전체 분위기가 투고타저로 바뀌었지만, 흔들림 없이 두산의 3루를 지켰다. 허경민을 돌아올 예비 FA 중 최대어로 꼽는 전문가들도 많다. 두산뿐 아니라 타팀에서도 충분히 욕심낼만 한 3루수이기 때문이다.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창단기념식에서 만난 허경민은 "솔직히 FA라고 해서 더 준비하거나 평소와 다르게 하는 것은 없다. 올해 엄청난 성적을 거둬서 무조건 대박이 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지난 몇년간 평균적으로 해왔던 것을 해내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면서 "FA라고 나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팀이 잘돼야 나도 잘될 수 있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팀 다른 예비 FA들도 같은 생각일거라 믿는다"며 시즌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1990년생인 허경민과 동갑내기 친구들인 오지환(LG) 안치홍(롯데) 김상수(삼성) 등 선수들은 이미 FA 계약 경험이 있거나, 최근 계약을 체결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허경민은 "다 좋은 친구들이고, 충분히 능력이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계약을 잘한 것에 대해 박수 쳐주고 싶다. 부럽거나 질투, 시샘은 전혀 없다. 나 역시 동기들이 쌓아온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시즌을 잘치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허경민도 욕심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올림픽 출전이다. 올해 7월에 열릴 도쿄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이 목표다. 아직 올림픽 엔트리는 결정되지 않았다. 대표팀에 승선한다는 것은 결국 해당 시점에서 리그 최고의 활약을 펼친다는 뜻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기분 좋은 일이다.
허경민은 "솔직하게 대표팀에 한번 더 가고싶다. 국가대표가 많이 부담되고, 욕도 먹는 자리라 부담스럽기는 하다. 그래도 지난해 프리미어12에 다녀오고 나서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하는 마음을 먹게 됐다. 올해 좋은 결과를 내서 뽑히게 되면 큰 영광일 것 같다"고 했다.
특별한 변화는 없지만,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은 굳건하다. 허경민은 "공인구 탓도 있겠지만, 적응을 하지 못한 것은 내 실력이 조금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떨어진 타율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것이 내 과제다. 그걸 해내야 발전될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