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선수민 기자]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지난해 12월 5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김재환(두산 베어스)의 포스팅을 요청했다. 깜짝 소식이었다. 김재환은 구단과 면담 끝에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프리미어12 대회로 등록일수를 채우면서 포스팅 신청 자격을 갖췄고, 본격적으로 빅리그 도전에 나섰다. 당시 김재환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그러나 공통된 평가 중 하나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힘 있는 스윙을 가졌다'는 것이었다.
김재환을 가까이서 지켜봐 온 한 코치는 "힘 자체가 대단하고, 배트 스피드, 턴 동작이 모두 빠르다.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면서 "도전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선수들은 계속해서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는 도전을 해야 한다"며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마이애미 말린스가 김재환에게 관심을 가졌지만,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외야수 코리 디커슨을 영입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결국 김재환에게 관심을 보이는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무작정 실패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 김재환의 성적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2018시즌 44홈런-133타점으로 리그 MVP를 차지한 김재환은 공인구 반발력 감소로 고전했다. 2019시즌 15홈런으로 개수가 급감했다. 게다가 김재환의 포스팅 신청을 예상한 이들 자체가 많지 않았다. 당초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한 '7년'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 그러나 프리미어12 등록일수 혜택으로 기회를 잡았다.
포스팅 절차를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김재환에게 관심을 가진 외국인 스카우트들은 많았다. 그러나 영입 관심이 크다면, 보통 지역 스카우트의 보고를 거쳐 고위급 관계자들도 와서 지켜볼 것이다. 이후 결재 절차가 이어져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포스팅 신청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본격적으로 준비에 나서는 올해는 다르다. 김재환의 해외 진출 의사를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파악했다. 실제로 추가 자료를 요청한 메이저리그 3개 구단들의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자료를 축적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히 주어진다. 해외 진출을 위해 손을 잡은 대형 에이전트사인 CAA Sports의 홍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20시즌 이후 김재환의 포스팅 결과는 본인 성적에 달려 있다. 홈런으로 반등하다면, 기회는 충분히 온다. 따라서 첫 포스팅 신청은 김재환에게 의미 있는 쇼케이스였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