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해외유턴파는 신인왕 자격이 없는 신인이다.
보통 서른 가까운 나이에 유턴하는 경우가 많음을 감안하면 '신인'이란 수식은 조금 어색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분명 여러가지 측면에서 KBO리그가 생소한 신인이 맞다. 그래서 데뷔 첫 해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적응'의 첫 시즌을 보낸 이듬해. 진짜 가치를 판단할 시점이다. 2년 차를 맞는 유턴파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2020 시즌, '유턴파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KBO 리그 안착에 성공한 유턴파 삼총사, 하재훈 이대은 이학주. 2020시즌에는 무엇이 달라질까.
구원왕 하재훈(30·SK 와이번스)은 느슨하게 풀어질 틈이 없다. 긴장감 백배다. 쉽지 않은 시즌이 예고돼 있다. SK 와이번스 전력은 지난해만 못하다. 선발진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에이스 김광현이 미국으로 진출했다. 산체스도 일본으로 갔다. 닉 킹엄, 리카르토 핀토, 외국인 뉴페이스 듀오의 한국야구 적응 문제, 김광현 공백을 메워줄 토종 선발 발굴 등 불확실성 투성이다. 자칫 지난 시즌 보다 세이브 기회가 적어질 수도 있다.
반면, 경쟁은 치열해진다. '끝판왕' 오승환이 돌아왔다. 비록 5월부터 출격 가능한데다 소속팀 삼성이 하위권이지만 야구공은 둥글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 후 몸상태가 쾌청하다. 구종 다양화와 미·일 야구를 거치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유력한 구원왕 후보다. 대표팀 불펜 에이스로 전천후 활약했던 키움 히어로즈 조상우도 고정 마무리로 나설 공산이 크다. 라이징 스타 고우석(LG트윈스)의 성장버전과 베테랑 정우람(한화 이글스) 원종현(NC 다이노스)하고도 맞서야 한다.
구원왕 숨은 후보 중 하나는 이대은(30·KT 위즈)이다. 본격적인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 나설 2020 시즌. 시즌 끝까지 5강 경쟁을 펼쳤던 팀의 성장과 함께 구원왕 레이스의 잠룡으로 부상하기에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 사실 이대은은 올 시즌 준비가 부족했다. 시행착오를 겪었다. 김재윤의 부상 이탈로 임시 마무리로 들어갔다 정착한 케이스다. 올 겨울은 다르다. 처음부터 착실하게 마무리를 준비한다. 퍼포먼스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이학주(30·삼성 라이온즈)는 첫 시즌 대비, 2년차 기대감이 가장 큰 선수다. 해외파 삼총사 중 유일한 야수. 상대적으로 새 리그 적응은 투수보다 타자가 더 힘들다. 노련한 포수의 리드와 도움 속에 던질 수 있는 투수와 달리 모두 낯선 투수와의 대결을 스스로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비도 가뜩이나 움직임이 가장 많고 동료와 호흡이 필요한 유격수다. 여러모로 힘들었던 첫 시즌. 초반 실책 등 시행착오는 불가피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감이 부쩍 늘었다. 공-수-주 두루 갖춘 선수인데다 장타력까지 갖추고 있다. 중요한 순간, 큰 경기에 강한 스타성도 있다. 끝내기를 두 차례나 기록했다. 결승타도 10개로 러프와 함께 팀내 공동 1위다.
대부분 전문가는 2020년 2년차 이학주의 만개를 점친다. 그의 성장가능성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